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2050년, 서울 강남에 사는 한 젊은 부부의 저녁식탁. 매미·풍뎅이·사마귀·바퀴벌레·누에 번데기 등을 토마토와 함께 밀가루 반죽에 얹어 치즈 발라 갓구워낸 곤충모듬피자, 귀뚜라미 야채샐러드, 메뚜기·밀웜 야채볶음, 땅강아지·여치·방아깨비 물방개 모듬꼬치, 기름에 튀겨낸 장수풍뎅이 굼벵이 완자, 미나리·양배추 등의 야채와 함께 맑게 우려낸 개구리 뒷다리 수프가 가지런히 차려지고, 투명한 옅은 갈색의 말벌주(酒)가 저녁만찬의 반주로 곁들여진다.
시내 곳곳엔 ‘곤충사냥꾼(Bughunter)’ ‘곤충나라’ 등의 간판을 내건 곤충음식 전문점이 들어서 성업중이고, 대형 수퍼마켓에는 각종 곤충류의 건조가공품과 스낵류, 음료, 술이 넘쳐난다… 이런 풍경들이 단순한 상상 속의 모습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제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온다. 식량위기와 함께.
#가까운 중국의 수도 북경에 가면 왕푸징(王府井)이라는 번화가가 있다. 흡사 우리나라 강남의 압구정동 같은 곳으로, 밤이 되면 골목 한켠이포장마차가 들어서 불야성을 이루는데, 이 포장마차에서 파는 꼬치구이류 음식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간단히 말하면 기는 놈, 나는 놈, 할 것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다 굽고 튀기고 볶고 해서 내놓는데, 엔간한 비윗살이 아니면 섭렵하기가 어렵다. 하기사 식량난이 아니어도 하늘을 나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와, 네발 달린 것 중에서 나무의자를 빼놓고 못먹는 게 없다는 종족이 중국인 임에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세계 식량위기속 육류에 대한 대안이자 새로운 식량원으로 곤충을 추천했다.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함량이 높은 훌륭한 식량으로 특히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음식으로서 곤충은 영양이 매우 풍부하다. 메뚜기 100g에는 단백질 20.6g, 철분 5㎎이 들어있다. 같은 양의 소고기가 가지고 있는 영양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그런가 하면 애벌레는 100g당 단백질 28.2g, 철분 35.5㎎으로 단백질 함량이 오히려 소고기보다 높다. 게다가 곤충은 소나 돼지보다 이산화탄소·암모니아 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어떠한 환경에서도 서식이 가능하고 번식도 빠르니 그 얼마나 경제적인가.
FAO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20억명이 곤충을 먹고 있다”며 서구 소비자들의 곤충 식용에 대한 혐오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 세계에는 굶는 인구가 10억명이나 된다. 2050년에는 전세계 인구가 91억명으로 늘어나고 식량소비량도 지금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나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는데, 곤충인들 못먹고 풀인들 못먹으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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