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 을 되살린다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8가지

맛의 방주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을 국제적으로 등재해서 온 인류가 같이 함께 지켜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올해 처음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라 화제다.
장흥 돈차, 태안 자염, 제주흑우, 제주 푸른콩장, 진주 앉은뱅이 밀, 울릉도 섬말나리, 연산 오계, 토종한우 칡소가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②태안 자염

짠맛, 쓴 맛 덜하고 염도 낮아
태안 마금리 등 몇몇 곳에서 복원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생산되기 전에 전통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던 방식이 자염이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바람과 햇빛에 말려 소금을 얻지만, 자염은 바닷물을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든다. 지역에 따라 ‘활염’, ‘육염’이라고도 불렀다.
자염은 염전갈이, 함수 모으기, 끓이기의 과정을 통해 소금을 생산한다. 생산과정 중 바닷물의 염도를 높이는 ‘함수’ 제조과정은 갯벌의 종류와 조차의 차이 등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자염생산방식은 섯등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이와 갯벌의 종류 등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활용해 만든다. 먼저 소를 이용해 갯벌을 갈고 말려서 흙의 염도를 높인다. 사리 때 바닷물이 들지 않는 곳에 화산의 분화구처럼 흙을 쌓은 섯등을 만든 후 그 안에 나무와 잔가지 등을 넣고, 소를 이용해 갈아서 말린 흙을 집어 넣은 후 바닷물을 부어 함수를 만든다. 그리고 가마에 넣어 은근히 끓여서 소금을 얻는다. 신안 섬지역, 곰소만, 경기만 일대에서 흔히 이용했던 자염생산방식이며 최근 증도에서 이 생산과정을 복원하고 있다.

칼슘함량 천일염의 14배
자염은 일반 정제염, 천일염에 비하여 짠맛, 쓴맛이 덜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입자가 매우 고와 부드러우며, 색은 흰 눈송이를 연상케 한다. 태안 자염의 성분을 분석해 본 결과 염도가 80%~85%로 99%인 정제염에 비하여 낮고, 80%~90%인 천일염과 비교해서도 낮거나 비슷하다.
자염은 칼륨과 마그네슘의 함량이 낮아 쓴 맛과 떫은 맛이 없다. 또한 칼슘 함량은 천일염에 비해 14배나 높은데, 이는 젖산균의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해서 김치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담글 때에 좋다. 또 배추의 섬유조직을 단단하게 해 김치의 아삭한 맛도 훨씬 오래간다. 한번 자염을 사용해 김치나 장을 담가본 소비자들은 계속 자염을 찾는다고 한다.

전통적인 생산지역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생산한 것은 아주 오랜 옛날이다. 처음에는 토기에 바닷물을 넣어 끓이다가, 갯벌에서 소금을 말리는 방식을 정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소금은 국가의 재정을 충당하는 중요한 세원이었다.
한때, 자염의 생산은 농사를 짓는 것보다 소득이 많아서 경기도 군자만, 충청도 태안 일대, 전라북도 곰소만, 전라남도 무안일대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자염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했다. 자염을 통해 부를 축적하여 대지주로 성장한 제염업자들도 나왔다.

자염이 소멸 위기에 처한 이유?
자염은 천일염의 유입과 생산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천일염전의 본격적인 확산은 해방 이후, 1948년 개인에게 제염 허가를 준 후였다. 정부에서는 부족한 소금의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자염 염전의 시설은 금하고, 천일염전으로의 전환을 장려했다.
사람들은 자염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천일염전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자염은 점차 소멸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계속되는 대규모 간척사업과 해안 제방 건설로 인하여 이제는 자염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갯벌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곳은?
자염 생산은 50년대 천일염전이 일반화되면서 중단되었다가 충남 태안 마금리와 전북 고창 사등리에서 복원되었다. 신안 하의면에는 체험장이 조성되었고, 증도면에도 복원과 시연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돌소금방식을 활용해 체험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태안에서는 ‘간쟁이가 눈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간쟁이는 주로 함수의 염도를 측정하고, 함수를 등에 지고 가마솥이 있는 곳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했는데, 워낙 일이 고돼 개도 못 먹을 정도로 까맣고 딱딱한 똥을 싼다는 뜻이다. 또한 ‘부잣집 장맛’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염과 천일염이 동시에 생산되던 일제강점기에 부자들은 비싼 자염으로 된장을 담갔기에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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