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8가지

①장흥 돈차

맛의 방주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을 국제적으로 등재해서 온 인류가 같이 함께 지켜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올해 처음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라 화제다.
장흥 돈차, 태안 자염, 제주흑우, 제주 푸른콩장, 진주 앉은뱅이 밀, 울릉도 섬말나리, 연산 오계, 토종한우 칡소가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돈차는 모양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둥글고 넓적한 형태로 가운데에 구멍이 있어, 엽전모양과 비슷하다. 현재는 청태전이고도 불리운다. 청태전(靑苔錢)은 찻잎을 쪄서 찧는 과정에서 파래(청태)와 같이 푸른빛을 띤 엽전모양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고형차(덩이차)의 한 종류인 돈차는 우리 고유의 전통차다. 삼국시대부터 장흥,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발효차로 알려져 있다.
장흥 지역에서는 자생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찻잎을 5월경에 채취해 차로 만든다. 한 사람이 종일 채취를 해도 1kg의 잎을 얻기 힘들기에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
만드는 방법... 채취한 찻잎은 하루정도 햇볕에 건조시킨 후, 가마솥에 넣고 찐다. 쪄낸 찻잎은 절구에 넣어 빻은 후, 대나무 조각에 넣어 동그란 형태의 덩어리로 만든다. 이것을 햇볕에서 건조시켜 굳힌 후,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다. 덩어리 여러 개를 볏짚에 함께 꿰어 처마 밑이나 비가 들지 않는 야외에 걸어 1주일에서 10일 정도 건조시키면서 발효시킨다. 차 덩어리 가운데에 구멍을 뚫으면 3일 정도 건조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완성된 차는 항아리에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음용하는데, 숙성기간이 길수록 깊은 맛과 향이 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진다. 길게는 20년 동안 숙성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음용하는 방법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차처럼 물에 넣고 팔팔 끓여 먹거나, 덩이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낸 후 먹기는 하지만 그 전에 덩이차를 약한 불에 굽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균이 소독되고, 구수한 맛과 특유의 향이 더해진다. 녹차와 달리 떫은 맛이 없고, 맛과 향이 부드럽다.

돈차의 효능
돈차는 눈을 밝게 하고 해독, 변비 예방, 해열 등의 효능이 있어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약으로 썼다고 하며, 각종 한약재와 함께 우려먹기도 한다. 옛날 선비들은 볏짚으로 만든 다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돈차를 즐겼다고 한다.
돈차는 차문화 종주국인 중국에도 남아있지 않을뿐더러,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차이다. 1930년대 연구자료에 따르면, 돈차를 부르는 이름과 건조방법, 차를 우려내는 도구, 마시는 방법 등이 집집마다, 마을마다 매우 다양하게 존재했으나 1930년대부터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장흥 가지산에 있는 보림사에서 맥을 이어오던 것을 장흥군 차원에서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로 장흥과 그 주변의 강진, 나주, 구례, 해남 등지에서 생산되어 왔다.
현재는 전라남도 장흥군 관내 7개 지역에 약 100ha 이상의 면적에서 야생차가 자생하고 있고 이것은 전국 야생녹차 면적의 약 20%에 있다. 현재 장흥군 차원에서의 복원 노력으로 7곳에서 차가 생산되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원인은?
전라남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돈차는 1930년 초를 기점으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음료로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돈차의 소비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 유입으로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제조법 대신 잎차를 말려 마시는 방법으로 변화된 것이 주된 이유로 추측되고 있다.
일본 다도의 확산으로 차 재배기술 등에서 일본식의 차 문화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였다.
요즘 차의 소비는 또 한번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서구 문화의 급속한 유입으로, 커피와 기타음료 시장 규모가 차 시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2010년의 자료에 따르면, 차 시장의 규모는 커피 시장의 1/10 수준에 머문다.
돈차의 맛의 방주 등재는 침체에 빠진 차 농가의 어려움을 돌아보고 우리의 차문화를 계승시켜야 할 의무감과 차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바람을 담았다.

 장흥 돈차 찻잎을 쪄서 대나무 모양의 원통에 넣고, 중간에 엽전모양의 구멍을 뚫은 후에 오랫동안 숙성시킨 귀한 발효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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