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정 전 전남농업기술원 국장

▲ 이용정 전 전남농업기술원 국장

필자는 35년간 몸담았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년전 퇴임을 했다. 홀가분한 마음보다 그간 농업인에게 못다 한 일에 대한 아쉬움도 너무 많았다. 은퇴 후 공직에서 받은 은혜를 누구에겐가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퇴임을 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차 우연히 많은 노인들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현장을 보고 문득 저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르신들을 위해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봉사’는 어떨까 마음먹었다.
남의 머리를 깎아본 적이 없는 필자는 면허증을 따기 위해 6개월간 이발학원도 다녔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험을 치렀지만 이발면허시험이 가장 어렵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시간이었다.
면허증을 딴 후에는 광주공원에 있는 노인복지관으로 매주 화요일, 금요일 주 2회 이발봉사를 나간다.
복지관에 계시는 노인들의 평균수명은 80세가 넘는다. 다양한 경력과 생활수준,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만난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던, 독거노인이던 이들의 공통점은 외롭다는 것이다. 머리를 깎아드리는 이발봉사만이 봉사가 아니라 이들과 농업, 농촌문제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나눔봉사’가 더 값진 것을 알게 되었다.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위한 작은 배려와 나눔이라 생각한다. 13년간 노인복지관에서 이발소 청소봉사를 담당하시는 최 모 여사님은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즐거워야 하며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지금 우리사회는 농심이 바탕인 농촌공동체가 해체되고, 협동과 나눔, 배려의 정신이 실종된 것 같아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이발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마음이 넉넉하고 가슴이 뿌듯하다. 그래서 봉사는 늘 즐겁고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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