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70세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시절에는 60 환갑나이만 되어도 자식들로부터 뻐근한 잔칫상을 받았다. 이를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라고 해서 ‘수연례(壽宴禮)’라고 했다. 60세는 육순(六旬), 61세는 회갑(回甲), 70세는 칠순(七旬), 77세는 희수(喜壽), 80세는 팔순(八旬), 88세는 미수(米壽), 90세는 구순(九旬), 99세는 백세에서 한 살이 모자란다 하여 ‘일백백(百)’자에서 맨 위 한 획을 빼고 ‘흰 백(白)’자 백수(白壽)라 하고 역시 축하잔치를 벌였다.
각종 산해진미를 1~2치[尺]높이로 괸 잔칫상이 차려진다. 그것은 과시용 모양새이고, 그 뒤에 따로 간단히 대접해 실제로 먹게 하는 ‘입맛상’을 올렸는데, 대체로 신선로(神仙爐), 국수, 구이, 조림, 찜, 편육, 화채, 김치 등의 음식이 차려졌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신선로다. 이 신선로는 ‘열구자탕(悅口子湯)’이라 하여 어육(魚肉)과 채소, 각종 과실을 넣어 끓인 탕류로 더 비길 데 없는 웰빙식이었다. 신선로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쇠고기(양지머리-가슴살과 우둔-볼기짝 살), 양(소 밥통고기), 간, 천엽, 흰살생선, 달걀, 석이버섯, 건표고버섯, 호두, 은행, 잣, 두부, 무, 당근, 미나리, 붉은고추, 메밀가루, 깻가루, 국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등 20여가지에 이른다. 장수식단 그대로다.
그런가 하면 모듬반찬이라 할 수 있는 구절판(九折坂) 역시 건강식이었다. 쇠고기(우둔살), 건표고버섯, 석이버섯, 오이, 당근, 숙주, 달걀, 참기름, 후춧가루, 소금이 재료의 전부인데, 여기에 밀전병을 따로 부쳐 중앙에 올리고 겨자장과 초장을 곁들였다.
물론 일반 서민들은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신선로나 구절판은 우리의 전통 웰빙음식이지만,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장수 식단은 잡곡과 ‘발 없는 동물’ 즉 생선이었대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93세까지 산 덩샤오핑과 99세까지 산 보이보 전 부총리의 식사를 담당했던 요리 담당 책임관리들이 전하는 그들의 식습관을 보면, 잡곡을 많이 먹고 육류는 덜 먹었다. 그리고 소·돼지·양 같은 네발 동물보다는 닭·거위 같은 두발 동물이 건강에 좋고, 발이 하나인 버섯류와 아예 발이 없는 생선류가 몸에 더 좋다 하였으며, ‘소식다찬(小食多餐)’ 즉 적게 여러차례 나눠 먹는 원칙과 25종에 달하는 음식물을 조금씩 골고루 먹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무·토란 등의 뿌리채소와 검은깨·흑미·김 등 검은색 음식도 즐겨 먹고 요쿠르트와 견과류 몇알씩을 간식으로 즐겼다는 것이니… 식보(食補)가 백약(百藥)보다 낫다는 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님을 새삼 살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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