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한국농어촌공사개최 제2회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및 가을콘서트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 확대 계기 됐으면…”

지난 1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 대운동장에서는 파란하늘 아래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의 환한 웃음과 기쁨의 눈물이 어우러진 감동의 무대가 펼쳐졌다.
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그 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부부 20쌍을 초청, 합동결혼식을 개최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그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풍경.

▲ ‘사돈 반갑습니다’ 여주에 사는 최선묵씨의 노모와 베트남에서 온 누엔티탐씨 친정엄마가 사돈의 정을 나누고 있다.
▲ 레녹한 씨의 친구들이 공사 로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다. 공사는 이처럼 이날 하객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결혼식에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최규성 위원장(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윤명희 국회의원을 비롯해 다문화부부의 가족, 친지와 지역주민, 공사 임직원 등 3천여 명 하객이 참석했으며, 이상무 사장의 주례로 진행됐다.
이 사장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 당당한 일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합동결혼식을 마련했다.”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4개국에서 온 신부들은 신랑과 맞절을 하면서 어색한 웃음도 보였지만 혼인서약을 하면서는 눈물을 글썽였다.
서로 국적이 다르고 늦게 결혼식을 올리는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부부도 많다. 여주에 사는 최선묵·누엔티탐 부부의 경우 최 씨의 노모 김영례 할머니와 딸의 결혼식을 보려고 베트남에서 까지 달려 온 친정어머니가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사돈의 정을 나누며 손을 꼭 잡은 채 혼주석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하객으로 참석한 다문화여성들도 친구의 늦은 결혼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남편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나주의 권경수 씨와 필리핀 출신 신부 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 씨 부부 등 육아, 가사, 생활고, 본인이나 부모의 병환 등 각각의 사연을 가진 20쌍의 부부는 이날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랑 신부였다.
공사는 결혼식 행사를 비롯해 2박3일의 제주도 신혼여행과 웨딩사진 촬영, 하객, 친지들의 교통편을 지원하는 한편 가수 남진, 걸스데이, 이문세, 장윤정 씨 등이 출연해 결혼식을 치른 부부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축하공연도 펼쳤다.
 

■ 현장인터뷰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

신랑 신부들에게 마음 속 응원 보냅니다

이날 주례를 맡은 이 사장은 “20쌍 신랑 신부들의 여러 가지 사연은 참 가슴 아프지만 그 같은 난관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이미 25만 이상의 다문화가정이 있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우리민족’만의 나라가 아니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와 상생을 통해 그 다양함으로부터 행복한 삶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또 “마치 내 자녀를 결혼시키는 것처럼 찡~한 느낌 이었다.”며 “이미 많은 세월을 함께 살아 온 부부들이지만 오늘의 혼인서약을 통해 다시 한 번 신혼의 기분을 만끽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과 자녀들을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로 양육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행사를 통해 다문화인식개선의 효과를 높이고 지역주민들께 문화와 축제를 선물함으로써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스킨십하는 ‘다가가는’ 공사를 알릴 수 있게 딘 점도 큰 수확이다.”고 말했다.

■ 글로벌 행복 파트너

① 권경수·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 부부
“접어두었던 희망 맘껏 펼칠거예요”

권경수·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 부부는 벌써 한국 결혼생활 12년 째다. 필리핀 출신인 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35)씨는 농업에 종사는 남편 권경수(43)씨의 고향인 전남 나주시에 살림을 차렸다. 그러나 남편 권씨가 중증의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까닭에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고 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씨는 가정의 경제적 책임까지 분담하면서 아이들의 임신과 출산, 양육 등으로 힘겨운 나날을 지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일어서는 길을 택했고 지난 2010년엔 국가가 인정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나주관내 한 요양원에서 안정적인 보수를 받으며 보람된 요양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이번 합동결혼식에 추천한 농어촌공사 나주지사 한일성 농지은행팀장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 부부에게 이번 결혼식을 통해 조금이라도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음식 가운데 돼지갈비와 닭갈비를 특히 좋아한다는 릴리베스우미양그랜디씨는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면서 “친정에 갈 기회가 있다면 친정엄마에게 닭갈비와 삼겹살을 맛보여 주고 싶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② 장해용·레녹한 부부
“힘든 농사일 묵묵히 해내는 아내 고마워”

화성시 송산면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레녹한 씨와 어머니, 딸(2세)과 노지(700평)를 임차해 포도농사를 짓는 장해용 씨는 “농어촌공사의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을 후원받게 돼 너무나 반가웠다.”며 “3년 전 시집온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 줄 수 있어 조금은 떳떳해 진 마음.”이라고 말했다.
레녹한 씨는 “처음에는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많이 힘들었지만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문화교육과 한국어교실에 열심히 다닌 결과 지금은 한국어에 꽤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 씨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종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아내를 보며 그 역시 함박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레녹한 씨는 “남편은 내게 늘 ‘가난한 내게 시집와 힘든 농사일도 거뜬히 해내며 어머니도 극진히 모셔 고맙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성실한 가장으로 농업인으로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내겐 더 고맙고 믿음직 하다.“며 ”우리 부부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레녹한 씨는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신혼기분 만끽하며 남편 손 꼭 붙잡고 다닐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③ 이정봉·위나 부부
“한국, 참 따뜻한 나라예요”

경북 문경에 사는 이정봉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 합기도 등의 운동을 하다가 문경공고에 들어간 후 종목을 우슈(武術)로 바꿔 운동을 계속한 무술인이다.
1997년 우슈청소년 국가대표감독을 맡아 러시아 대회에 참가, 금 1, 동 4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도 이뤘는데 2001년 본격적인 무술훈련을 위해 중국 심양체육대학에 유학을 갔다가 거기서 ‘운명의 여인’ 위나를 만났다.
중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2002년 한국에 들어와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이 씨는 “바로 식을 올리려 했지만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오늘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며 “어머니를 여의고 농사와 이이들 육아에 바쁘다보니 이제야 면사포를 씌워준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한국농어촌공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위나 씨는 “지난 7월 남편이 ‘문경신문’에 실린 농어촌공사 합동결혼식 대상자 추천 기사를 보고 신청했는데 너무나 뜻밖에 큰 선물을 받았다.”며 “한국 참 따뜻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남편은 더 따뜻하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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