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현장:베트남 호치민시 ‘결혼이민자 사전교육장’

▲ 우리신랑 어때요? 한국행을 앞둔 ‘호아이 프엉’씨(오른쪽)는 휴대폰에 저장된 남편의 사진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다. 왼쪽은 ‘팜 웨이 므어’ 강사.

교육시간 좀 더 늘고
콘텐츠 다양해 졌으면…

지난 9월 17일 호치민시 한국영사관 별관에 위치한 ‘결혼이민자 현지 사전교육장’ 은 30여명의 ‘예비 새댁’들의 한국탐구열로 뜨거웠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지만 낯 선 나라, 생소한 환경에서 살아갈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상존하는 것 같았다.

# 짠 티 호아이 프엉(24) 씨는 수업 중에도 한국에 있는 남편과 카카오 톡을 하느라 살짝살짝 딴청을 부렸다. 경기도 수원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한다는 남편 한 모씨의 사랑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베트남 ‘따이능 닌’ 출신인 프엉 씨는 지난 3월 베트남에서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고 오는 11월 한국에 가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프엉 씨는 벽에 걸린 한국지도를 보고 수원시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경기도..로부터 시작하는 집주소를 되풀이해서 발음하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은 외동딸인 저를 먼 나라에 시집보내면서도 전혀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없다.”면서도 “부모님이 남편에 대해 만족해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담배농사를 짓고 어머니는 한국계 구두공장에서 일한다는 프엉 씨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며 “한국에 대해 사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생겨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기대에 부푼 프엉 씨와 달리 베트남 끼엔장 출신인 짠 김 응웬(23·사진)씨의 표정은 조금 달랐다. 응웬 씨는 전라남도 고흥에 사는 남편 박 모씨와 7월에 결혼식을 올렸고 10월 14일 비자가 나오는 대로 한국에 갈 예정이다. 어려서부터 쌀농사를 하는 부모를 도왔다는 응웬 씨는 “수산업을 하는 시집에 가서 잘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베트남에서도 남쪽 북쪽지역의 문화가 많이 틀려 당황할 때가 있는데 머나먼 다른 나라의 음식, 문화, 풍습이 어떨지, 시부모님들은 나를 예뻐해 주실 지도 궁금하다.”고 걱정했다.
수업에 참가한 여성들은 “교육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다. 8시간으로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기는 부족하다.” “책이나 교재도 좋지만 한국의 여러 지역, 다양한 풍물이 담긴 영상물을 통한 교육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교육시간 증설과 콘텐츠의 보완을 주문하기도 했다.
베트남 외국어정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매년 한국에서 연수를 받은 팜 웨이 므어(32) 강사는 지난해 7월부터 이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일주일간 여성가족부에서 ‘결혼상대국 현지강사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간 850여명의 신부들에게 강의했다.
므어 씨는 “교육시간이 조금 짧은 것이 아쉽지만 수강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알찬 수업.”이라며 “신부들이 한국에 가서 빨리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의 가교

ACEP 호치민 한국문화원
사명감·자질 갖춘 우수 강사 확보 최우선

▲ 사진 왼쪽부터 김기영 원장, 이은숙 호치민 여성한인회장, 김현각 한국문화원 사무국장.
호치민 한국문화원(원장 김기영)은 지난 2011년 10월 여성가족부로부터 결혼이민자 사전교육장으로 위탁받아 1주일에 하루, 8시간의 기본교육을 2년째 수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사돈나라’라 할 만큼 활발한 결혼상대국”이라며 “이들을 내 딸, 내 며느리처럼 따뜻한 정으로 보듬고 유용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좀 더 심도 있는 교육과 정보제공을 위해 심화교육기관으로 지정됐으면 한다.”는 희망도 나타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의 멘토이자 코디네이터역할을 할 수 있는 사명감과 자질을 갖춘 강사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 베트남 현지 한인교수나 베트남인으로 한국에 유학해 일정 학위를 취득했거나 연수경험이 많은 이중 면접을 통해 초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공 한글학교
한-베 다문화가정 어린이 한글교육의 요람

사이공한글학교(교장 김규)는 2009년 7월 설립돼 주 호치민 대한민국총영사관에 ‘재외국민 교육기관’으로 등록돼 있는 비정규교육기관이다. 개교 5주년을 맞은 현재 19명의 자원봉사교사가 152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베 가정의 자녀들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국인이면서 한글이나 한국어문화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 들을 위해 세워졌다.
교육과정은 한글과 한국어문화 한국전통 등 초급부터 6단계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교재는 대한민국 교육부와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공동 편찬한 재외국민용 교과서를 사용한다. 김 교장은 “한글, 한국어는 물론 한국의 전통과 가치, 한국방문 등 한국문화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결혼 입국 전 사전교육장

▲ 여성가족부와 해외현지에서 운영하는 ‘결혼이민자 현지 사전교육장’은 예비신부들의 높은 관심속에 현재 3개국 5개소에서 설치대상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사진은 베트남 호치민시 사전교육장에서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안정적 결혼이민생활 위한 ‘한국 예습소’

베트남·몽골·필리핀 3개국 5개소 운영...내년 캄보디아 설치 준비

여성가족부(장관 조윤선)는 ‘결혼이민자에게 한국입국 전에 한국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조기정착’을 지원하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몽골에서 ‘국제결혼 입국 전 현지사전교육장’을 처음 개소한 이래 베트남 껀터 시, 하노이, 호치민과 필리핀에서 잇달아 열어 현재 3개국 5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의 경우 2010년 9,623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7,500여 명이 한국남성과 결혼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수도 하노이와 껀터 시에서는 일주일에 3일 총 24시간(심화교육), 호치민 시에서는 하루 8시간(기본교육)의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몽골과 필리핀에서도 심화교육을 한다.
한국상징·행정구역·계절과 날씨·생활경제·한국화폐·남편주소 찾기 등 정보일반과 한국공공기관·병원·은행·우체국 이용법 비디오 상영, 비자·체류관련 주의사항, 가족관계 이해 등의 과목과 한국어 수업이 있는데 수강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초·중급 단계까지 익히고 있었다.

결혼이주자 80% 이상 교육 이수
결혼상대국 대상 확대 계획

지난 2011년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여성은 베트남 7,636명, 필리핀 2,072명, 몽골 266명 등 3개국에서 총 9,974명으로 집계되는데 이들 중 현지사전교육 이수율은 80.4%인 8,022명으로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여가부는 2011년 기준 결혼이주여성 961명을 기록, 전체 4.3%를 차지하며 중국,베트남, 필리핀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결혼상대국인 캄보디아도 주목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4월 캄보디아 현지 관계 공무원들을 초청해 실무 협의를 마쳤고 내년쯤부터 현지사전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태국 등 주요결혼상대국을 대상으로 현지사전교육장 개소를 검토하고 있다.
윤영선 여성가족부 사무관은 “사전교육장은 이미 현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필수 교육코스로 인지되고 있으며 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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