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홍주영농양잠조합장

▲ 최정화 홍주영농양잠조합장
이주자 고국 가족들
한국에 애·증 갈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자를 포함한 외국인은 이미 130만 명을 넘어섰다.
농촌에 거주하는 다문화결혼이주여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체감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렇지 만은 않다.
우리나라 농촌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밑 평상을 볼라치면 맨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뿐이다. 사실 70대도 젊은 축에 속한다.
이런 시골농촌에서 젊은 새댁들은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이들은 우리나라 농촌을 이어나가고 또 그 자손이 물려받게 할 ‘창조적 미래’라는 숙명을 이 땅에 시집오면서부터 짊어지게 됐다.
다문화가정 봉사 일을 하며 알게 된 충남 홍성의 32살 새댁 잔티 씨는 베트남 ‘빈농’주 출신의 부지런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남편 하 모씨와 지난 2004년 결혼 9살, 6살 난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남편은 수도작과 오가피나무를 재배하며 농촌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잔티 씨는 이젠 ‘거의 완전히’ 한국화 돼 심지어 각도 사투리까지 흉내 낼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하고 한국 요리도 망설임 없이 뚝딱해치운다.
잔티 씨는 한국생활이 너무나 즐겁다고 하지만 한해에 한 두 번씩 꼭 터지는 결혼이주여성관련 사고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던가, 학대에 못 이겨 가출했다던가, 시집살이가 너무 고생스러워 비자갱신을 거부하고 혼인무효소송을 낸다던가 하는- 들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결혼이주여성뿐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가정의 문제들인데도 그들의 생각에는 또 고향에 있는 그들 가족의 생각에는 ‘못된 한국 놈들’로 각인되는 것이다. 잔티 씨의 부모는 자기 딸이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다고 한다.
잔티 씨의 아버지는 월남전 당시 베트콩(월맹) 측 병사였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총칼을 맞대고 싸웠던 ‘적군’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딸의 한국행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사위가 될 하 씨를 보고는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딸들을 시집보낸 세계 각국의 그들의 부모 형제 친지들, 그리고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보겠노라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 땅에 온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족 친지 형제 들은 한국에서 터지는 각종 외국인관련 사고들을 들으며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이런 일들을 겪었다. 서독으로 일하러 간 간호사·광부들,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간 건설현장 근로자들, 일본으로 시집간 한국 여성들...
외국인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커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땠든 우리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한 나라의 국가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이웃이 되어준다면 우리는 ‘저절로’ 130만 명이라는 ‘친한(親韓)’ 외교관을 확보하게 된다.
더 이상의 효율적인 국가이미지 관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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