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홍주영농양잠조합장
한국에 애·증 갈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자를 포함한 외국인은 이미 130만 명을 넘어섰다.
농촌에 거주하는 다문화결혼이주여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체감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렇지 만은 않다.
우리나라 농촌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밑 평상을 볼라치면 맨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뿐이다. 사실 70대도 젊은 축에 속한다.
이런 시골농촌에서 젊은 새댁들은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이들은 우리나라 농촌을 이어나가고 또 그 자손이 물려받게 할 ‘창조적 미래’라는 숙명을 이 땅에 시집오면서부터 짊어지게 됐다.
다문화가정 봉사 일을 하며 알게 된 충남 홍성의 32살 새댁 잔티 씨는 베트남 ‘빈농’주 출신의 부지런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남편 하 모씨와 지난 2004년 결혼 9살, 6살 난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남편은 수도작과 오가피나무를 재배하며 농촌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잔티 씨는 이젠 ‘거의 완전히’ 한국화 돼 심지어 각도 사투리까지 흉내 낼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하고 한국 요리도 망설임 없이 뚝딱해치운다.
잔티 씨는 한국생활이 너무나 즐겁다고 하지만 한해에 한 두 번씩 꼭 터지는 결혼이주여성관련 사고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던가, 학대에 못 이겨 가출했다던가, 시집살이가 너무 고생스러워 비자갱신을 거부하고 혼인무효소송을 낸다던가 하는- 들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결혼이주여성뿐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가정의 문제들인데도 그들의 생각에는 또 고향에 있는 그들 가족의 생각에는 ‘못된 한국 놈들’로 각인되는 것이다. 잔티 씨의 부모는 자기 딸이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다고 한다.
잔티 씨의 아버지는 월남전 당시 베트콩(월맹) 측 병사였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총칼을 맞대고 싸웠던 ‘적군’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딸의 한국행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사위가 될 하 씨를 보고는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딸들을 시집보낸 세계 각국의 그들의 부모 형제 친지들, 그리고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보겠노라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 땅에 온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족 친지 형제 들은 한국에서 터지는 각종 외국인관련 사고들을 들으며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이런 일들을 겪었다. 서독으로 일하러 간 간호사·광부들,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간 건설현장 근로자들, 일본으로 시집간 한국 여성들...
외국인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커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땠든 우리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한 나라의 국가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이웃이 되어준다면 우리는 ‘저절로’ 130만 명이라는 ‘친한(親韓)’ 외교관을 확보하게 된다.
더 이상의 효율적인 국가이미지 관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