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이제 농촌여성들이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의 입이 되어 말해주고 손발이 되어 줄
심부름꾼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뜻대로 세상이 움직여주길 원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 직접 나서서 일 하기에는 인간의 능력과 주어진 시간에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작은 단위인 집안에서도 살림을 살아가는데 적절히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그 역할이 조정되어 정착되어왔다. 실로 긴 세월동안 인류의 삶의 모습이었던 농경사회의 산물이다. 움직여 다니지 않고 땅이 있는 곳에 한 번 정착하면 그 땅을 계속 파면서 대대로 살아오는데 별 문제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근력을 중심으로 한 농사짓기에서 주도권을 남성이 갖게 되었고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주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맡아 하다 보니 슬그머니 조력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살림살이에서도 큰일과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은 남성들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종속적 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자연히 여성은 어떤 일의 결정이나 중대한 큰일에는 항상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그런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여성은 마치 그런 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아예 세상에 나올 때부터 갖지 않고 태어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것이 산업혁명으로 기계와 공장이라는 괴물이 등장하고 근력이 세지 않아도 기계를 돌리면서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세상은 정신없이 변하기 시작했다. 여성들도 어엿한 근로자로 생산 일선에서 거뜬히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고 남성들이 하는 일과 똑같은 일을 감당하는 증거를 보이면서 역할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역할, 축복받은 천부의 모성권이 여성의 생산참여에 걸림돌이 되었으나 모성보호 입법제도들을 통해 보완 받아가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농경사회 잔재인 가족 공동의 육아가 한 몫을 단단히 하기도 했고 대가족 문화의 영향권에 있었기에 육아와 노인 돌보기 등은 자연스레 가정사로 치부되어 별 문제없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여성의 희생적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을 그 당시에는 거의 간과하고 지나갔다.
산업사회도 지나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공장이라는 곳에 꼬박꼬박 출근을 하지 않아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산업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세상은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별천지로 변해갔다. 자연히 가정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했고 핵가족의 확산과 정착은 육아와 노인 돌봄 같은 일들을 사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농업 경영권은 여전히 남성이 우선 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가정에서 부부가 사는데 무슨 경영권 같은 살벌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힐책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남성의 시각과 여성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남성 혼자의 생각이나 고집 보다는 섬세하고 치밀한 여성의 시선이 더 주효할 때도 있고 선천적인 육감이 동반된 여성의 실질적인 판단이 더 큰 도움이 될 경우도 적지 않다.
농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남성들의 시각만으로는 세세하고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런 이유에서 농촌여성들이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을 위해 자신의 입이 되어 말해주고 손발이 되어 일선에서 뛰어 줄 심부름꾼이 필요하게 되었다.
내년 2014년 6월에는 우리의 지방 살림을 맡아 할 사람과 그 방향을 제시하고 감독해서 바르게 가도록 하는 일을 맡아 할 지방자치단채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이에 발맞추어 지금부터라도 농촌 여성들은 심기일전하여 그 심부름꾼에 내가 나서든지 아니면 내 뜻을 충실히 전하고 수행할 능력과 소신이 있는 성실한 심부름꾼을 찾아내서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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