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다문화농가 방문 : 보령 미산면 ‘보티’씨

▲ (왼쪽부터)남편 오인수 씨, 보티 씨, 김복순-오동연 씨. 보티씨는 “남편 못지않게 시부모님들이 너무 사랑해 주셔서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두 아들, 이웃들 덕에 한국말 쉽게 배워
시아버지… “팔순 해외여행은 베트남 사돈 만나러”

충남 보령 웅천농협은 올해 추석을 맞아 관내 다문화가정 중 베트남출신 보티 홍 응우씨 부부의 베트남 친정방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집 온 지 7년 만에 가게 되는 고향에는 보티 씨의 부모님과 형제자매 그리고 친척들이 살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한데 모여 살며 벼농사를 짓는 고향의 따뜻한 인심과 수려한 풍경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는 그. 친정에 가는 9월 17일이 너무나 기다려지는 보티 씨다.

기다려지는 친정 방문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사는 오인수-보티 씨 집을 찾은 21일은 37도를 넘나드는 불 볕 더위였다. 밤 밭에서 연신 굵은 땀을 닦아내며 일하는 오 씨와는 달리 보티 씨는 별로 더위를 느끼는 것 같지 않다. “땀이 별로 안 나서 그렇지, 저도 무척 더워요. 이제 한국도 베트남 못지않게 더운 것 같아요.” 보티 씨가 활짝 웃으며 답한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말에 “이제 20일만 참으면 부모님 뵈러 가요. 너무 너무 기다려져요.”라며 소풍 앞둔 어린아이처럼 상기된 얼굴이다.
베트남 탕탄면 지역에서 태어나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우며 23살 까지 고향외에는 모르고 살던 보티 씨는 지난 2007 년 지금의 남편 오인수(48)씨와 결혼하며 다른 세상으로 나왔다. .
보티 씨는 “저희 친정은 쌀과 고구마를 재배하는데 베트남 고구마는 흰색,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하고 쌀도 한국 쌀처럼 끈끈하지 않죠. 한국 밥 먹는데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지금은 아주 좋아요. 한국 고구마도 맛있고요. 저는 한국에 와서 더 농사를 잘 짓게 된것 같아요. 한국에 시집온 것 아주 좋아요.(만족해요).다 남편 덕”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곁에서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이웃들이 함께 키워주는 자녀들
“한국말과 음식에 적응이 안 돼 고생 많이 했어요. 몇 년간은 그것이 가장 문제였는데 지금은 아이들 키우는 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죠. 6살, 3살 먹은 아들만 둘인데 큰 아이가 이제 2년만 있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요. 말도 잘하고 글씨도 잘 써서 다행이긴 하지만 학교에 잘 다닐지(적응할지)가 걱정입니다,”
오 씨는 “지금은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모든 비용이 국가에서 지원되니 참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농촌에 우리 같은 다문화가정이 자꾸 늘어나고 다문화어린이들도 점점 커 가는데 농촌다문화아이들에게 도시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교육여건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의 자녀교육에 대한 정성을 반영하듯 큰 아들 용진(6)군의 말하기와 글씨 쓰는 솜씨는 그 또래의 다문화 자녀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보티 씨는 “웅천농협, 보령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동네 아주머니 등 도움을 주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죠. 엄마인 제가 한국어가 서툴러 항상 걱정인데 이웃주민들이 아이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귀여워 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잘 익힌 것 같아요..“라며 주위의 관심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남편 오 씨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 함께 계셔 말 배우는데 아문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문화아동들의 언어습득에 조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마운 며느리, 우리 집의 축복”
남편 오 씨는 “먼 나라에서 태어난 보티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은 무슨 깊은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닐까요?”라며 “농촌에 시집와 묵묵히 따라와 주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며 측은함을 표한다.
그러나 보티 씨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시아버지 오동연(79)씨와 시어머니 김복순(70)씨다. 오동연 씨는 “나는 5남 1녀를 뒀는데 넷째 아들인 인수 말고는 모두 도회로 나가 직장도 잡고 정상적으로 결혼했는데 농촌에 남은 인수만 늦게까지 결혼도 못해 안타까웠다.”며 “예쁘고 부지런한 며느리가 우리 아들에게 먼 나라에서 시집와서 손자 둘 까지 낳았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했다.
오동연 씨는 내년 팔순을 맞아 자식들이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기왕 갈 거 올해 며느리와 함께 베트남에 가서 사돈들을 만나고 오겠다.”며 “만나면 선물로 홍삼도 드리고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시부모님들의 사랑이 물씬 느껴진다.
보띠 씨는 특히 “다음 달에 친정에 가면, 항상 딸 걱정만 하시고 사시는 부모님들께 내가 남편 사랑받고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만 같다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농촌마을 총각들에게 ‘안심하고’ 시집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 김응기 웅천농협 조합장

“다문화여성들, 친정방문 만큼 더 기쁜 일 없을 것”

우리 선대만해도 한 번 시집가면 친정 한 번 가기가 달나라 가는 것처럼 어려운 적이 있었다. 지금 대부분의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도 그런 가슴 아픈 상황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웅천농협에서는 올해부터 조합원 중 다문화가정의 친정방문을 돕기로 했다.
웅천농협은 웅천읍 미산면, 성주면을 관할하는데 우리 지역의 다문화가정은 약 80세대로, 세계 각지의 고향을 가진 여성들이 우리 웅천에 시집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결혼이 어려워 외롭게 지내던 농촌총각들의 반려자가 돼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가 하면 10여 년 동안 아이 울음을 들어보지 못한 마을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 마을 주민 모두의 축복이자 잔치가 되기도 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농업을 돕고 어르신들을 모시는 효부의 역할도 한다. 이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국 농촌에서의 새 삶이 희망이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 웅천농협 조합원들의 한 결 같은 생각이다.
머나 먼 나라에서 시집와 살면서 가장 바라는 것은 역시 남편, 자녀와 함께 친정을 방문하는 일일 것이다.
친정 가족과 마을주민들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질 것이다.
웅천농협은 결혼이주여성 친정방문 사업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과 자녀들이 농촌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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