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 뉴질랜드 농업현장(17)

▲ 조병철 뉴질랜드 특파원

꿀벌도 건강 위해서
다양한 영양원 필요

뉴질랜드는 사과·키위 같은 과일산업, ‘마누카꿀’로 유명한 꿀산업, 초지의 목초 생산을 위한 축산업에서 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겪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벌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진지해 보인다. 벌들의 건강한 관한 이들의 견해를 살펴본다.
먼저 현대농법에서 당면하고 있는 벌들의 문제로 대규모 단일경작을 지적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과원에 꽃이 피면 거대한 밀원은 사방에 흩어져 있다. 벌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고 무진장의 꿀을 생산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벌들은 이 많은 밀원에서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봄철 벌들은 야생의 꽃으로부터 화분(꽃가루)과 넥타를 모은다. 벌들은 화분을 통해서 단백질·비타민·무기질을 공급 받아 건강한 몸체를 유지하고, 넥타로는 벌들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물론 벌들이 먹고 남는 넥타는 꿀로 저장된다. 그런데 모든 꽃들의 화분이 모두 같은 영양성분을 함유하는 것이 아니라, 벌들은 잡초의 화분에서도 다른 종류의 영양분을 섭취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벌들은 보다 다양한 화분원이 필요하다. 단일작물 재배지에서는 벌들은 다양한 화분의 결핍으로 군락파괴 현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농장 근처에 잡초가 꽃을 피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그래서 자연히 들과 산에 있는 일반 관목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떤 나무가 벌들에게 보다 다양한 화분원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가려서 관리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지차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나무를 분류해서 농업인과 시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새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 공원의 수종선택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
이들 수종에 관한 검토는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우선 여러 수종의 화분에 대한 단백질 등에 대한 영양가 평가가 이루어진다. 또한 앞으로 나무의 개체가 늘어났을 때 악성관목으로 분류될 가능이 적어야 한다. 벌과 인간에 대한 독성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단 병솔나무, 플랙스(아마), 마누카 같은 토종식물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들 연구를 위한 재원은 정부에서 지원한다.
‘마누카꿀’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를 더 많이 생산하려는 양봉가들이 마누카(Manuka; Tea Tree) 밀원을 대대적으로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단일 밀원에 의한 꿀벌의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그래서 이제 양봉가들도 꿀벌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화분원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비록 작은 꿀벌이지만 이들에게도 건강을 위해서는 인간처럼 다양한 영양원이 필요하며, 꿀벌이 건강해야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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