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전원생활 - 강릉 자수원(孜受源) 권명숙·윤준영 부부

바깥주인 공직 퇴임후 마을 이장으로 재능기부, 지역활력에 이바지
안주인     야생화 가꾸며 제철 열매와 풀로 효소 담가 나누는

                 ‘꽃과 효소’ 전문가

사람 사는 재미 솔솔~
마을 위해 일하는 재미도 듬뿍~

차근차근 준비해 만든 새 삶의 터전
아름드리 해송이 집 앞 저만치에서 울타리를 치고 있고, 가끔 바닷바람을 몰아주는 경포대가 바로 2km 지척인 사천면 순포안길의 이장댁인 자수원의 대문은 항상 활짝 열려있어 이웃들을 불러들이고 반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정원인 자수원의 주인인 윤준영 권명숙 부부는 강릉 사천면이 고향은 아니지만 이웃의 신임을 단단히 얻고 마을 이장까지 맡게 된 귀촌인 부부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사람이 56%라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민이면 한번쯤 꿈꿔보는 전원생활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고들 말한다. 더구나 인심이 넉넉한 농촌 지역도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남아 있어 함께 어울려 살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윤 이장은 지역의 리더로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겠다”
경찰 공무원으로 평생을 국가와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윤준영씨가 3년 전 퇴임하며 가진 소박한 계획이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연한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이들 부부는 전원생활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근무지였던 강릉의 기후와 멋에 반해서 이미 20년 전에 지금의 터를 잡아 두었고 또 10년 전부터는 나무를 심고 가꾸며 정성을 들여왔다.

일 잘하는 이장 명성 쌓아
“공직에 있을 때는 규율과 규칙에 얽매였지만 마을 이장을 맡아 내 뜻대로 펼칠 수 있고 성과도 내니 무척 즐거워요.” 살면서 요즘처럼 보람된 날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얼굴 표정에도 여유와 편안함이 깃들어 있다. 공직 경험을 살려서 가사일부터 형사 일까지 상담하고 보안등, 농로포장 등 지역의 일에 앞장서는 이장으로, 일꾼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해요. 형님 동생하며 이웃과 지내고 예초기 들고 삽 들고 앞장서고 있어요.”
옆에서 안주인이 지역의 신임을 얻게 된 이유를 부연 설명해 준다.
“농촌은 힘만 가지고 재래식으로 농사 지으면 소득에 한계가 있어요.”오히려 “농사 안짓는 게 돈 버는 것”이란 얘기를 이들 부부도 3년간의 농사경험에서 터득했단다. 그래서 예전부터 힘들게 농사지으며 살아온 동네 어르신들의 일을 보살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내의 취미생활도 빛을 내
“말도마세요. 한달 모임이 17개가 됩니다. 그 모임 중 우리 집에서 열리는 경우도 꽤 있죠.”
윤 이장의 든든한 협력자인 권명숙 씨 역시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취미를 가졌다. 바깥활동이 많은 남편을 잘 내조하기 위해 가급적 집안에 있기로 작정하고 안주인은 정원과 꽃을 가꾸고, 인터넷을 뒤져 각종 효소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워낙 꽃을 좋아하다보니 귀하고 드문 꽃들을 색깔별 종류별로 수집해 지금 자수원에는 500 여 종류가 된다. 종류가 많은 것들은 종자나누기에도 참여해 주위 이웃에게도 선물하며 인심을 쌓는다.
“돌아가면서 피고 지는 꽃 구경으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죠. 오히려 귀한 꽃 종자 판매는 농사보다 더 소득이 나을 수도 있어요.”
부부는 오죽으로 빙 둘러친 울타리 안쪽은 잡초 한포기 눈에 띄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된 넓직한 잔디밭으로 가꿔놓았다. 주말이면 도시에서 오는 자녀들의 행복한 쉼터다. 훗날 손자손녀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맴돌 놀이터도 미리 꾸며 놓았다.
집안 마당에는 복숭아 서너 그루, 배 너댓 그루, 포도 몇 그루 등 가족과 이웃을 위해 유실수를 욕심내지 않고 심었고, 한켠 텃밭에는 아침저녁 상차림에 올릴 각종 채소로 건강을 챙긴다. 보석같이 예쁜 모양의 복분자 열매를 씻지 않고 따먹고, 블루벨리도 직접 따서 오는 손님마다 맛보이며 농사 자랑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배우고 또 배운다
농업기술센터가 뭐 하는 곳이지도 몰랐지만 윤 이장은 농업기술센터 예찬론자가 됐다. 센터에서 모르던 농사일을 배우고, 농기계임대은행에서 농기계도 임대해 사용하고 미생물제재도 보급 받아 병충해를 물리친다. 게다가 작년엔 농촌관광학을 올해는 친환경 대학에 입학해 농업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터 잡은 마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죠.”
욕심을 덜어낸 부부의 전원생활의 키포인트는 “구수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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