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해피투게더:함께하는 다문화농가 육성… 강원도 홍천 정미자(중국 출신) 씨

▲ 든든한 지원군 “다문화 농가에 용기와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미자 씨가 박원재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왼쪽), 이상범 국립농원과학원 농업환경부장(오른쪽)과 중국오이 재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농촌거주결혼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고향나라의 작물을 가져다 키우는 ‘다문화작물농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이주자들이 ‘고향의 맛’ 충족을 위해 텃밭 수준으로 키우던 것이 이제는 어엿한 핵심작목으로 성장, 이들 농가의 주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문화농가는 현재 약 12만 가정으로 집계되는데 이들이 당당한 우리농촌사회의 일원이자 미래한국농업의 후계자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기관과 시설 그리고 이웃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적은 바뀌어도 입맛은 100년 간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 화전리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중국출신 정미자 씨(41).
정 씨는 지난 2003년 남편 조충연 씨(52)와 결혼한 한국이주 10년차의 여성농업인이다.
정 씨 부부는 가지농사를 하며 따로 1,000여 평의 밭에서 중국 가지·오이·고추·강낭콩·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국적은 바뀌어도 맛은 100년이 간다고 했던가?
정 씨는 본인도 그랬듯이, 중국출신이주자들이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가고 맛도 거의 비슷하지만 미묘한 식감의 차이를 내는 중국작물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 조 씨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세관검역을 거쳐 중국작물 종자들을 들여왔다.
하지만 기후와 토양이 다른 한국의 홍천 땅에서 과연 성공적인 재배가 이뤄질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마을에서도 ‘연구하는 농업인’으로 잘 알려진 남편이 여기저기 물어보고 책도 보고 농업기술센터에도 자문을 구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정 씨는 회상했다.

▲ 양 옆의 작물이 가늘고 길쭉한 한국가지이고 중앙에 중국땅콩도 보인다. 정씨 부부는 중국작물재배를 늘려갈 계획이다.
▲ 다소 짧고 통통한 중국가지다.
전화주문만으로 전량판매
판로는 어떨까? 얼마나 팔릴까?
정씨는 “전량 다 판다. 중국출신 이주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주문전화가 계속 들어온다. 처음엔 걱정했지만 이제는 밭이 좀 더 넓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괜한 걱정을 말린다.
처음 수확이 나온 2011년, 부부는 농작물을 가지고 서울 대림시장으로 갔다. 시장 좌판에서 판매를 했는데 믿음이 안가는 ‘수입산 중국농산물’이 아닌 신선하고 안전한 ‘한국산 중국농산물’은 중국출신결혼이주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고 한 번 구입한 사람들이 택배를 요청해 왔다. 수도권 인근에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골라 직판을 계속했다.
한국토종농산물보다 조금 길이가 짧을 뿐 한눈에는 구분하기 어려운 중국산작물을 용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 2천만 원 정도 판매하고 있죠. 소득도 만족스럽고 구하기 힘든 것을 구했다며 기뻐하는 소비자들의 말에도 보람을 느껴요.”

밀어주고 끌어주는 조력자들
“다문화농가에 큰 힘”

어려움은 없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작물이라 병·해충 방제기술에 대한 매뉴얼도 구하기 어려운 편이다.
정 씨는 역병 등 재배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윤용근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평소 홍천센터의 요리·문화강좌 등 주부교실에 열심히 참가해 온 정 씨로부터 자문요청이 들어오자 현장에 담당자를 파견해 이들을 도왔다.
지난 5일에는 국립농업과학원 이상범 농업환경부장·안옥선 과장·양순미 연구사와 박원재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정진영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등이 홍천군다문화테마사업 점검의 일환으로 정 씨 농가를 찾았다.
농업관계자들은 정 씨가 재배하는 중국 오이·가지 등 작물마다 일일이 생육을 점검하며 방역·해충퇴치·기후적응 등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의견과 매뉴얼을 전달했고 박원재 다문화센터장은 정 씨 부부에게 다문화자녀 양육, 관련법, 다문화센터 프로그램 등을 안내했다.
이들은 “농촌지역 다문화테마사업이 성공적 결실을 얻으려면 외래작물농장·다문화레스토랑·다문화체험관이 패키지 화 돼 상설 운영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며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체험 프로그램과도 연계 운영되면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상범 부장은 “농촌의 주요구성원이 된 다문화농가가 우수한 영농후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농작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지식기반 구축이 필요하고 결혼이주자들의 문화성향 차이에 기반한 자립의식 교육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농촌진흥청·농업기술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렇게 다문화농가를 직접 찾아와 도와주실 줄 몰랐다. 이웃에 고향나라 작물 재배를 고려하고 있는 다문화농가들이 꽤 있는데 이런 관심과 조언이 그분들에게 용기가 되고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인터뷰 - 박원재 홍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결혼이주여성, 농촌의 ‘新에너지원’

홍천에는 현재 450호의 다문화가정이 있으며 이중 60%가 농업에 종사한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못지않게 다문화농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농촌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비중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이분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며, 농사를 돕고, 노부모를 부양한다.
산업화 속에서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던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온 ‘에너지 원’들인 것이다.
우리나라 다문화사회가 성숙돼 가면서 이분들은 점점 농촌의 핵심구성원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홍천에서도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다문화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작물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모험으로 여겨져 용기를 내기 어려울 텐데도 도전하는 것을 보면 결혼이주여성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발언권도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농업관계자와 농업인들이 다문화작물을 짓는 결혼이주농업인들을 찾아가 이분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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