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윤형주 연구사

▲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윤형주 연구사
최근 꿀벌을 비롯한 화분매개곤충이 대량 실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작물 수정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는 전체 꿀벌의 31%, 양봉용 벌통으로는 80만 봉군이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토종꿀벌이 2006년 40만에서 2012년 1/10 수준인 4만으로 극감했다(농림축산식품부).
화분매개곤충의 경제적 가치(2005)는 전 세계 농산물 생산액의 9.5%인 약 2천억 달러다. 화분매개곤충이 사라지면 그 손실은 2,449억~3,99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대량 실종되고 있는 꿀벌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벌이 있을까?
마치 뒤웅박처럼 생겨 ‘뒤웅박’ 또는 ‘뒝박’에서 유래한 뒤영벌은 1987년 유럽에서 처음 상품화돼 세계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국내에는 1994년 도입됐다.
뒤영벌은 토마토·가지 등 꿀이 없는 가지과 작물의 수정에 효과가 크며, 꿀벌과 달리 꿀은 생산하지 않고 꽃가루를 위주로 찾아다니는 화분매개전용 벌이다. 좁은 공간에 대한 적응성이 높아 시설원예 작물에 유리하고, 특히 저온이나 악천후에도 강해 이상기온에서도 화분 운반이 가능하며, 성격도 온순하다.
농촌진흥청은 2002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뒤영벌을 연중 전천후로 생산 가능한 대량생산시스템을 개발해 업체와 지자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또한 투명한 뒤영벌 접이식 겸용상자 등의 개발로 벌통 관리를 편리하게 하고 농가보급가격을 절감시켰다. 그 결과 2012년에는 수입 뒤영벌을 국내 생산 뒤영벌로 72%까지 대체함으로써 연간 7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뒤영벌 가격도 기존에 수입돼 판매되던 가격보다 50% 이상 낮아졌다.
국내에서는 토마토 농가의 40%가 현재 뒤영벌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호박·참외·사과·블루베리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뒤영벌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온에 강한 뒤영벌의 장점을 이용한 사과수분법의 개발로 사과 결실률 향상은 물론 노동력 절감을 위해 사과농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작물별 맞춤형 관리법 개발로 뒤영벌을 사용하는 작물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작물별 꽃모양과 벌의 혀 길이 특성상 뒤영벌이 꿀벌의 역할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부분을 다소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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