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다문화작물 재배 확대 전망

▲ 상큼하고 식감이 좋다는 필리핀 노란수박.
 농촌결혼이주여성, 친정작물 재배경험 45%
“영양 많고 다양한 맛, 다문화작물 재배여건 조성됐으면”

국내거주 재한외국인이 130만 명을 넘고 결혼이주자가 25만 명에 육박하면서 ‘고향의 맛’에 대한 수요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2004년~2010년까지 농림어업종사자들의 국제결혼 사례는 전체 농립어업종사자 결혼사례의 27.4%~41.4%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농어촌 지역의 결혼이민 여성은 약 1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재한외국인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진 소스류, 양념류, 통조림 병조림 형태의 수입식품을 구입해 ‘고향의 맛’에 대한 향수를 달래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아예 현지 작물의 종자를 들여와 전문적인 농장형태로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농업인도 아열대 작물재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란수박 맛 보러온 손님들로 집이 북적

▲ 조종석·김지선 씨 부부
전라남도 진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조종석·김지선(필리핀출신 결혼이주여성)씨 부부는 요즘 분주하다. 농사일도 일이지만 마을사람들과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농업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당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수박과 파인애플을 섞은 것처럼 상큼하고 식감이 좋은 필리핀 노란수박을 맛보러 마실 오는 마을사람들과 아열대작물에 관심을 보이는 농업관계자와 농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종석 씨는 “필리핀에서 시집 온 아내의 권유로 노지 200여 평에 압팔레야, 오크라, 싯다우, 필리핀수박, 파파야 등의 현지작물을 시험재배하고 있다”며 “수확한 작물을 맛보니 국내에서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하고 상품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조 씨 부부는 몇 년간 기술을 축적해 진도에서 아열대작물 전문 하우스 농장을 일굴 꿈을 꾸고 있다.
조 씨는 “아직 시험재배 형태로 경작하고 있어 본격적인 전업농이라 할 수 없지만 지금보이는 관심과 시식 후의 반응 등을 볼 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재료 들어가야 ‘제 맛’
태국에서 시집 온지 11년차인 ‘태미란’ 씨는 태국 엽채류 ‘크랍파오’를 직접 재배하며 지난 2011년 제주도 제주시에 있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열대식품요리경연대회에 나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선보인 ‘파타일’이라는 요리는 새우 두부 등이 들어가 우리나라 음식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태미란 씨는 “파타일에는 크랍파오가 들어가야 그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비장의 재료‘라고 말했다.
태미란 씨는 “그런 행사가 정기적으로 지속돼 다양하고 영양가 높은 동남아 채소류재배가 확대되고 다양한 아열대음식을 한국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의외로 동남아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인이 많아 전문음식점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쓴오이, 아티쵸크, 오크라, 파파야 등 아열대 채소 시범재배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풍미’에 반색하는 고객들
영농인은 아니지만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분양한 ‘다문화 텃밭’을 이용하고 있는 ‘히로미쯔 히가시’(ひろみつ ひがし)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히로미쯔 씨(사진)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일본음식전문점 ‘샤미센’의 조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양대에서 강의하는 한국인 부인의 권유로 분양받은 다문화텃밭에서 ‘에다마메(えだまめ)’ ‘시로(しろ)‘ ’오쿠라(おくら;강낭콩의 일종)‘등을 재배한다.
에다마메는 일본에서 흔히 ‘삶은 풋 콩’을 일컫는데 특히 여름철 맥주안주로 인기인 완두콩의 일종이다. 히로미쯔 씨는 “도시에서만 자란 저로서는...뭐 텃밭이라니 좀 심드렁했다.”면서도 일요일마다 누리는 전원생활에 서서히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수확은 적지 않다. 일본에서 오신 손님, 일본음식을 즐기는 한국 손님들에게 텃밭에서 나는 작물을 서비스차원에서 대접하고 있다. 손님들이 서울에서일본현지 풍미를 느낄 수 있다며 아주 좋아하시고 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열대 작목재배 확대될 것”

양순미 박사(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자원과·사진)는 지난 2010년부터 농촌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친정국가 재배작물 현황을 연구해 왔다. 이에 따르면 농촌여성결혼이민자들이 친정국가의 작물을 한국에 가져와 재배해 본 경험이 45%에 이르고 이중 식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93%로 아직은 자체소비가 압도적이다. 재배어려움으로는 토양성분차이(18%), 기후변화적응(60%)으로 답했다. 종자구입(5%)이나 재배방법을 몰라서(3.5%), 가족이해부족(1.8%) 등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나타났다.
양 박사는 “각종 엽채류, 각종 콩류, 수세미, 고추, 호박, 수박, 향채류 등 이미 친정국가의 300여 작물이 국내에서 재배·유통되고 있다.”고 밝히며 “이런 추세는 국내거주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의 증가추세로 인한 수요 확대와 온난화로 인한 국내기후의 아열대화로 재배여건이 조성되면서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화 된 국민들의 입맛 다양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라고도 덧붙였다.
양 박사는 아울러 “농촌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작물재배에 대해 토지지원(38%,) 농업교육(35%,) 판매유통교육(20%)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중 일부내용은 양순미 박사로부터 취재원(取材原) 과 통역을 제공받았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