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농촌여성지도자는 엄마 같은 리더십
호랑이 같은 리더십
포용력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는 이렇게 노래했다. ‘꽃병 속의 꽃은 힘이 다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떨어지고, 화로의 불은 재가 깊어야 새벽까지 따뜻하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 힘없이 떨어지는 꽃병 속의 꽃이 되지 말고 새벽까지 오래도록 따뜻할 수 있는 화로의 불이 되기 위해, 학습을 통해 튼튼한 뿌리와 실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예전과 달리 우리 농촌에도 여성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많이 생겼다. 단체장은 대개 등 떠밀려 억지로 맡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투표를 통해 경선해 뽑는다. 그 만큼 농촌여성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도자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백거이의 시구(詩句)처럼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자기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역할이 단체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무게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각기 사고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연령, 교육정도 등 천태만별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 테두리 안에 묶어 하나의 목적을 향해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순도 높은 철(鐵)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모든 원료들이 섞여 용광로에 들어가 제련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이 원료가 그대로 자기 성격을 고집해서는 단체의 최종 목적인 철의 생산에 도달할 수 없다.
요즘 여성들이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펼치고 있다.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엇비슷한 단체도 많다. 경쟁하는 단체가 파생돼 분열되거나 뿌리째 없어지거나 침체돼 이합집산으로 좌초되기도 한다. 이들을 효율적·합리적으로 조화해 목적하는 사업을 훌륭하게 수행해 나가야 한다. 회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게 하고,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원동력을 용솟음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누가 할까. 바로 농촌여성지도자들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하는 말처럼 단체를 경영하는 지식과 테크닉을 배워야 한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큰 그릇, 작은 그릇으로 도량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갈고 닦고 배워 실천하는 노력 여하에 따라 큰 지도자와 작은 지도자로 나눠진다.
‘나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흥하고, 한 사람으로 인해 망한다.’ 단체도 이와 같다. 인류의 역사는 일면으로 집단화의 과정이었다. 거기에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지도자가 존재했다. 지도자는 남다른 열정과 열의가 있어야 한다. 큰 지도자가 되려면 이것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뜻한 마음과 섬세함도 갖춰져야 한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회원들과 함께 공감하고 어울리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을 열고 내가 먼저 회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충을 듣고 마음을 잘 헤아려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큰 지도자는 소통을 잘한다. 소통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공허하게 맴도는 말은 소통의 적이다. 소통은 귀에 대고 하는 것이 아니다. 회원과 지도자 사이에 눈만 껌뻑여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농촌여성지도자는 복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때로는 지켜봐주는 엄마 같은 리더십, 무섭게 다고치는 호랑이 같은 리더십, 자비롭게 넘어가주는 포용력 등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리더십을 발휘해야 큰 지도자다. 물론 여성 특유의 섬세함도 필요하고 회원들을 융화시키고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색깔도 필요하다.
남성의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이지만, 여성의 실수는 ‘실패’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도 존재하는 사회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라서 안 돼’라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큰 여성지도자로서 오뚝 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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