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작물병해충연구실장 최만영 박사

▲ 농촌진흥청 작물병해충연구실장 최만영 박사
천적의 경제적 가치 수백조
국가차원의 장려·지원 필요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에 대한 수요 증가와, 소비자-생산자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천적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딸기농사에 천적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천적을 이용한 방제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 면적이 2천680㏊에 달했고, 천적 판매금액만도 190억 원에 가까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 때는 천적 생산 회사가 11개에 달했으며, 농가들은 쉽고 간편하게 천적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천적 산업과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가 2011년 이후 날개가 없이 추락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정부가 지원하던 천적 구입비 일부를 2010년 이후부터 중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그동안 중단됐던 천적구입비의 지원이 친환경농자재 구입비 지원정책 하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정부가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무농약 이상 인증농가에 친환경유기농자재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농약사용량이 많은 우리의 농업환경을 개선하고, 친환경농업이 정착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형성하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천적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과 가격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의 도입도 필요하다. 천적 자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과다한 천적을 투입해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 천적 사용도 동시에 중단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한 지금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농자재 품질관리 기준을 보다 더 엄격히 적용해 좋은 품질의 천적이 영농 현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적 이용 농가에 대한 컨설팅 확대나 유통센터를 설립해 천적 이용 농산물을 소비자와 생산농가가 직거래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편 국내에 시판중인 천적의 40%가 외래종인 현실에서 토종 천적의 이용확대를 위한 기반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아울러 천적에 영향이 적은 저독성 농약을 선발하고, 화분매개곤충이나 페로몬 등 다른 친환경농자재와 종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자연생태계에서의 천적의 역할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 백 조에 달한다. 이는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가 단순히 해충방제에 의한 작물피해 경감에 따른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전과 국민건강 증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공익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식생활 안전은 물론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천적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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