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현 농협대학교 교수

"농촌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협동조합·의료재능기부가
힘을 합치는 3각 연대가 필요하다."

정부의 공약가계부가 발표됐다. 공약사항을 위한 투입요소와 재원대책이 제시됐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2017년까지 135조 원 가량을 투입하기 위해 매년 27조원씩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공약가계부에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행복주택에 9조4천억 원, 셋째 아이 이상 대학등록금 지원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데 1조2천억 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농촌지역의 의료복지 지원에 관한 부문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 농촌지역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로 인한 도농간 소득격차 심화,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다. 이는 농촌지역은 의료수요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 부담의 증가로부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의 경우 도농간의 소득격차는 65%(농가소득 3천341만원, 도시가구 소득 5천140만원)인데 비해 농가지출 의료비는 197만원으로 도시가구 188만원보다 3.2%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에는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병원들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2012년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115곳 중 5곳만이 군지역에 있고 그나마도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응급의료센터까지의 도달시간이 30분 이내인 시군지역은 전체 244곳 중 119곳에 불과하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시군도 58곳에 달해 접근성마저도 취약하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의료인력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공중보건인력도 2008년 5천28명에서 2011년 2천900여명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의과대학 진학생 중 여학생 수가 50%를 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농촌지역 의료기관 부족의 문제는 비단 진료의 부족에 따른 생리와 안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근에 병원이 없다보니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보건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 병에 걸린 농민들은 대도시로 나가야 되고 결국 교통비·숙박비 등 추가비용이 들게 된다. 소득은 도시가구에 비해 적은데 의료비 지출은 농가가 더 크다는 역설적 상황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같이 국민의 생리와 안전에 관한 부문은 공공부문 또는 사회적 비용으로 우선 부담돼야 하는데 이를 개별 농가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들이 특별히 겪고 있는 농부증과 같은 산업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다. 정부도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가 없다. 농업인들의 특수 질병에 대해서도 도시근로자들과 같이 산재처리가 되도록 농업인산재보험 같은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
농촌의료는 그 자체가 의료상품인 이상 시장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다. 그러나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농업인들, 나아가 농촌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생리와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그리고 그 경계선부터는 공공재로 성격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냥 방치할 경우 국가적 차원의 안전망이 위협받게 된다. 국가 정책의 전환과 사회적 동의가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이다.
농촌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민영의료 부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연합이 필요하다. 정부·협동조합·의료재능기부가 힘을 합치는 3각 연대가 그것이다. 농어촌지역의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 등 협동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어업인 복지사업에 정부의 의료지원사업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여기에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의료인, 의과대학생들의 의료재능기부가 지역의 조합들에 결집된다면 농촌의료 사각지대가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보완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