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간이 영생(永生), 혹은 장수와 더불어 꿈 꾸는 것이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것일 것이다. 그것도 큰 힘 안들이고 한순간에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어 ‘로또 명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세상에서는 이런 이들을 일러 벼락부자, 즉 ‘졸부(猝富)’라고 한다.
개발시대 미나리꽝, 땅콩밭, 자갈밭이었던 땅이 개발바람을 타고 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솟아올라 돈방석에 앉은 서울의 강남 땅부자나 로또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놀부같은 인생들이 다 그같은 졸부들이다. 우리 옛 선인들은 이것을 경계해 ‘졸부귀 불상(猝富貴不祥)’ 즉, 졸지(猝地)에 갑자기 된 부귀는 상서롭지 못하다고 일렀다.
예전에 우리나라 안에서 ‘장안 제일의 부자’란 뜻의 ‘갑부(甲富)’ 소리를 듣던 사람들은 토지상속에 따라 대대로 만석꾼(벼 만석을 거두는 땅을 가진 부자)으로 군림했던 대지주를 빼놓고서는 장사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다.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 신분계급의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인 근세 개항기에 선 굵은 거상(巨商)들이 있었다. 뛰어난 상술과 정치감각으로 의주와 연경, 한양 3천리를 쥐락펴락 했던 임옥상, 단순히 ‘돈 받고 물건 파는 상인’의 차원이 아니라 ‘대화 하는 상인’으로 고객을 만들어 가며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을 창업해 돈을 모은 최남, 틈새시장의 기회를 포착해 단숨에 공략하는 감각으로 1900년대 한말(韓末)의 경제계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거부(巨富) 조병택, 최대 지물업과 무역, 백화점(화신) 경영으로 조선 땅 안에서 가장 유망하고 패기있는 대자본가로 군림했던 박흥식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부의 규모로 치면야 어찌 세계 수준에 미칠까 싶은 정도다. 셈어림의 한계가 ‘많다’는 뜻의 ‘만석’이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을 가진 ‘수퍼부자’가 1만2,000명, 100만달러(약11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백만장자의 수는 1,380만명이라는 것이다. 또 ‘수퍼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3,016명 이었고, 영국(1001명), 중국(851명), 독일(680명), 캐나다(476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렇듯 ‘수퍼부자’가 늘어난 것은 아시아의 경제성장 때문이라고 분석됐는데… 우린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0%대의 제자리 걸음이니, ‘로또 대박(大舶)의 요행’을 꿈꾸는 심사를 어찌 탓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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