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통일의 역군’ 꿈꾸는 탈북청소년 이야기

▲ 탈북·다문화 청소년 간담회에서 김승우 군(가명)과 이정희 양(가명)은 사진노출을 꺼려했다. 세번째 정진행 현대자동차사장(왼쪽 세 번째)과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맨 오른쪽이 김교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이사장.

조윤선 여가부장관과 탈북·다문화청소년 간담회에서

지난 12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교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이사장 등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종로구 통의동)에서 ‘탈북·다문화청소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탈북자 출신 대학생 두 명의 사연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너무나 먹먹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지’인 ‘꽃제비’ 출신 소년과 너무나 가난해 어린나이에 중국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소녀. 그들의 형극 같은 여정과 대학생활을 하는 요즘. 그리고 미래의 꿈과 비전.

꽃제비생활, 17세 탈북
정치외교학 전공...외교관 꿈
김승우(가명·27세)는 북한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나 12세 이후 4년간 ‘꽃제비’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식량을 구하러 중국으로 갔고 3개월 후 어머니마저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나갔다.
김 씨는 그저 ‘살기 위해’ 전쟁터 같은 북한에서 17살이던 2003년 한국으로 왔다. 불안과 공포 굶주림과 추위....그 과정은 일일이 적을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김 씨의 이야기다.
“한국에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학교 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어요. 친구들보다 3살 많게 중학교에 입학 했지만, 기초지식이 부족해 학교공부를 따라갈 수도 없었고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죠.
낯선 곳에서 현실은 저를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고 공부를 강조하고 끝없이 경쟁시키는 한국의 학교는 저에게 또 다른 전쟁터였어요. 저는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중퇴하고 다니던 교회의 누나 도움으로 검정고시에 합격, 19세에 지구촌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현재는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입니다. 북한에서는 단순히 ‘먹을 것을 위해’ 몸부림쳤다면 한국에서는 ‘잘 살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꿈이 있기 때문이죠.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교역할을 하는 디딤돌이 되고 싶어요. 북한과 남한 두 체제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통일 외교관이 되는 꿈을 매일매일 꾸고 있습니다.”

중국서 엄마와 헤어지고 홀로 남한에
어려운 탈북자의 조언자 되고 싶다
이정희(가명·21세)는 함경북도 무산출신으로 다섯 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생활이 어려워져 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생활했다. 잘 먹지 못한 탓인지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아팠다. 정희 씨의 이야기.
“생계 난에 허덕이다 2006년 엄마와 중국으로 도망쳤죠. 어린나이에 중국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일을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좀 더 돈을 모으기 위해 대도시 ‘청도’로 간 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이 됐어요. 그 후 엄마와는 연락이 끊어지고 지금도 생사를 알 수가 없습니다.(눈물)
신분이 불안정해 도저히 더는 중국에서 체류할 수 없어서 2011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겨레중고등학교에 있으면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가천의대 간호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 앞으로 ‘통일 간호사’가 돼 아픈 몸 뿐 아니라 저처럼 한국사회에서 혼자 사는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탈북·다문화청소년
차별과 소외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

이날 간담회에서 조윤선 장관은 이들 탈북·다문화 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듣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조 장관은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전됨에 따라 한국에서 출생하는 다문화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머니(혹은 아버지)가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는 청소년(중도입국청소년) 그리고 탈북청소년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모두가 우리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원이며,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적극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덧붙여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여 다문화 청소년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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