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보훈도 이제정신적인 것으로
넓혀생각해야 된다.
그런 승화된 보훈의식을
실천해 갈 때가 되었다."

날로 산야가 푸르러지는 6월은 우리에게 잠시 시름을 잊게 하고 희망을 안겨주는 좋은 달이다. 벼농사가 우리 농업의 터줏대감자리를 내준 것 같은 형편이기는 하나 아직도 들판 가득 모가 옮겨 심어지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은 쳐다만 봐도 배가 저절로 불러지는 걸 어이하랴.

배고픈 시대는 끝나고 온 국민이 살빼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아도 우리는 아직 벼가 자라는 모습에서 풍요의 그림자를 보며 희망에 가슴 설레는 순박한 백성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숫자에 불과할 뿐 우리 가슴속에는 아직도 농자천하지대본이 굳건히 살아있다.

도심 한 구석에까지 손바닥 만한 텃밭을 일구고 구청이 나서서 주민 텃밭 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음을 보면 그 심정의 근저를 읽을 수 있다. 옥상에, 베란다에 화분을 늘어놓고 상추나 고추 몇 포기를 심어 무공해 채소를 먹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농약공해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 그 마음 밑바닥을 흐르는 농사짓고 싶은 본능적 욕구 때문이다.

귀농 귀촌 사업이 지자체들마다의 숙원사업이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이 사업에도 특화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아름다운 희망의 계절에 그런 희망이던 젊은 목숨들이 조국을 지키느라 아낌없이 산화했다. 그 희망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보훈 가족들이 이제 직접 당사자들은 많이 세상을 떴다. 그들의 부모들이 그렇고 이제는 배우자들까지 이승에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6.25가 63돌을 맞았으니 20살에 남편을 잃었다 해도 83세가 아닌가?

한 도에 한 곳씩 보훈가족 귀농지를 만들고 원하는 보훈가족에게 기회를 먼저 주고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면 외로움으로 황폐해진 가족의 마음도 달래고 말년의 유가족이 자연을 벗하고 살면서 그 가족들이 농촌을 자주 찾아와 보는 생활이 정착되면 자연스런 도농 일치도 이루어질 것 같다. 실현가능성 없는, 지극히 감상적인 발상일 뿐이라고 핀잔을 들을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추모하고 보살펴야 할 분들이 어찌 6.25 용사 뿐이겠는가? 하지만 이 6월에 더욱 생각나는 것은 꽃봉오리째 져버린 그들의 청춘이다. 이제 그 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속의 추모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행동으로 보이는 실천이다.

보훈도 이제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정신적인 것으로 넓혀 생각해야 된다. 허리띠 졸라매던 시대가 아니기에 이제는 그런 승화된 보훈의식을 실천해 갈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생존하신 부인들에게는 그 멍든 가슴의 외로움에 우리 따뜻한 손길을 모아 차가운 응어리를 풀어드려야 한다. 그것은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 분들 덕에 단란한 가족과 한 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남은 자들의 의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분들이 젊음을 초개같이 버려 지켜준 이 조국이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엄중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가공할 위협을 서슴지 않으며 국제사회를 교란시키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보훈 가족을 지성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때 자연히 우리의 안보현실도 머릿속에 진한 그림처럼 남아 우리들 긴장의 끈을 조여 매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오늘도 이 푸르른 6월에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그들의 젊음에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산야에는 하얀 꽃들만 무더기로 피어나는지 6월은 온통 하얀 꽃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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