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목소리]직거래에 길을 묻다(5)-싱그러운쌈채원 농장지기 이종국 씨의 농산물 직거래 경험담

1. 내가 직거래를 선택한 이유는?
2. 직거래 유형…로컬에서 IT까지
3. 꾸러미 사업 참여
4. 생협 등을 통한 거래방식
5. 직거래…새벽시장 방식이어야
 

쌈채소는 잠도 자지 않는다
농사꾼들은 대개 해 뜨기 전에 일어난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대부분 4시30분~5시 정도에는 일어난다. 한낮 뙤약볕 아래서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뙤약볕이 하우스에 내리쬘 때는 40℃를 오르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후 1~3시에는 일을 쉬고 행정적 일처리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시간을 배달이나 영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농작물은 몇 시에 일어날까? 이놈들은 잠도 자지 않는다. 채소 연구하는 박사님들이야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농사꾼이 보기에 그렇다.

누군가 “은행이자는 잠도 자지 않는다.”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은행 이자보다 쌈채소가 커가는 속도가 더 무서울 때가 많다. 그러니 새벽시간에 마음 놓고 잠을 잘 수가 없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다 보니 새벽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농장으로 가는 길에 커다란 하천이 흐르는데 아침 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끔은 마음을 빼앗겨서 잠시잠깐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무념무상으로 자그마한 운무를 감상하곤 한다.

아침 6시경, 농장에 도착해서 각 하우스 내부를 둘러본다. 채소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쌈채소 중에서 오늘 미리 작업을 진행해야 할 품목을 정하기도 하고,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제대로 가지 않은 곳은 없는지 매일매일 체크한다. 풀이 잘 자라는 곳은 물이 잘 들어가는 곳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스프링클러 꼭지를 교체해 줘야 한다.

병충해 방제를 위해서는 쌈케일·적겨자·청겨자만 보면 70%는 알 수 있다. 벌레들이 제일 좋아하는 채소가 이놈들이다. 이 품목이 가장 맛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쌈케일에 구멍이 뻥뻥 뚫리거나 고추에 진딧물이 한 두 마리 보이면 친환경농자재를 자동분무기로 살포해준다. 청벌레류는 주로 밤에 활동을 하기 때문에 방제시간은 새벽시간, 또는 해질 무렵이라야 효과가 있다. 이렇게 농사꾼들에게 새벽은 하루를 준비하는 내밀하면서도 소중한 시간이다.

새벽시장 방식이되, 실내 공간에서
몇 년 전 TV에서 ‘로컬푸드’와 관련한 다큐방송을 본 일이 있다. 일본 농사꾼들은 새벽에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지역의 공판장에 진열해 놓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간다.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농사꾼이 장터를 지키고 하루 종일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저녁때가 되면 돈을 수금하고 남는 농산물을 싣고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은 농사꾼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영국에서도 농산물 직거래는 ‘새벽시장’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서 농산물 판매를 하고 있는데, 전직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지내셨다는 노신사가 전해준 말이다. 영국이라는 곳을 가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날 수확한 농산물을 새벽시간에 팔고, 농장으로 돌아가 일을 할 수 있게끔 뒷받침되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 강원도 원주의 새벽시장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요즘 많은 지자체에서 원주 새벽시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주 새벽시장은 아침 4~9시까지 운영된다. 그런데, 하천둔치라는 공간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같은 여름철이야 운치 있어 좋겠다. 하지만 겨울을 생각하면 가능한 실내공간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 버전으로 한다면, “직거래장터에서 떨어봤어요? 떨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한겨울 모든 뼈마디가 저려 오는 장터의 추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추위와 싸우다가 시간이 모두 흘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이나 전통재래시장 한 켠에 직거래장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직거래장터에 농가들이 참여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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