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전통농업이 과학과 기술이 융복합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공사의 기업지원단을 이끌고 식초를 생산하는 지방의 중소 식품업체를 방문, 현장상담을 하였다. 포도식초, 현미식초, 사과식초 등 수많은 식초제품과 독특한 제조 노하우에 동행한 식품전문가들이 매우 놀랐다. 특별한 방식으로 제조된 자연발효 식초는 프랑스에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식품 전공자가 아니면서 35년간을 식초 연구와 제품생산에 매진해온 70세 넘은 기업가 열정에도 감탄하였다. 문제는 제품 판매방식이다. 식초에 관한 많은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나 판매는 대부분 주문자상표(OEM) 나 유통업체브랜드(PB)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열심히 연구하고 생산해도 실속은 판매망을 확보한 대규모 식품기업이 차지하는 것이다. 중소 식품기업의 생산과 판매전략, 수출시장 개척, 정부 정책 활용 등에 나름대로 전문적 컨설팅을 하였으나 판매 애로를 해결하는 것은 만만치 않음을 인식하였다.
식초는 음식을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품, 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음료 수출액이 2억 달러를 돌파하였는데 상당량이 식초 관련 제품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농업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의 성과물이 즐비하다. 과학적인 고농서(古農書), 최초의 강우량 관측기구인 측우기, 우장춘 박사가 만들어낸 씨 없는 수박, 우리 환경에 맞는 배추와 무 종자 등 수없이 많다. 창조농업의 백미는 통일벼 개발이다. 1개의 자포니카 품종과 2개의 인디카 품종을 교배시킨 3원 교배는 과거 시도되지 않던 창조적 육종방법이었다. 통일벼 개발로 쌀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대되면서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보릿고개에서 해방되었다. 세계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식량자급을 이룩한 국제적인 성공 사례다.
또 양잠산물을 이용한 화장품, 치약, 비누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조만간 인공 고막이나 인공뼈 개발도 다가온다. 케냐에서 공수해온 벌침 봉독(蜂毒)으로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영국 찰스황태자 부인 카밀라 여사의 이야기도 놀라울 것이 없다. 우리도 이미 봉독으로 젖소 유방염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한류붐을 타고 한국음식이 건강식, 기능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통 한식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되어 세계인 입맛에 맞도록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와 거리가 먼 전통농업이 과학과 기술이 융복합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창조경제의 끝은 농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창조경제를 “누군가를 따라가지 않는 경제”라고 하였다. 한국 농업도 막연히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 정책을 따라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 실정에 알맞은 독창적인 모델로 가야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아이디어를 융복합시키는 것이나, 더 중요한 것은 익숙한 관행과 의식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농업을 보는 인식과 발상이 변해야 한다. 우리 농업이 전통적인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보는 농업, 관광농업, 의료농업, 생명농업, 신소재농업 등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 농업을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창조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조직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산업에서도 부처간 칸막이 제거나 규제완화가 어려운데 과학기술과 문화, 아이디어가 접목되는 창조농업 실천은 더 어려울 것이다. 정확한 미래예측도 쉽지 않고 아무도 가보지 않았다. 창의, 융합형 인재도 많지 않고 익숙한 로드맵도 없다. 역설적으로 그러기 때문에 창조농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길도 많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조농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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