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몸은 납작 타원형이고 몸빛깔은 다갈색 혹은 흑갈색이다. 앞가슴 등판에 세로선 두줄이 있고, 머리는 작아서 앞가슴 등판 밑에 숨길 수 있다. 입틀[口器]은 전형적인 저작(씹는 동작)형으로 큰 턱이 발달했다. 눈은 완두 모양이고, 홑눈은 두개다. 더듬이는 실모양으로 길지만 짧은 것도 있다. 배는 매우 납작하고 넓은데, 열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째마디는 짧게 퇴화했고 배의 뒷마디에 가시가 있는 것도 있다. 앞날개는 퇴화해 약간 굳어 있으며, 그물모양의 가는 날개맥이 많다. 뒷날개는 부채꼴이며 넓적하다. 다리는 세쌍 모두 걷는 다리로 길게 잘 발달해 빠르게 움직이며, 넓적다리마디와 정강이마디에는 날카로운 가시줄이 있다. 발목마디는 다섯마디이고, 그 배쪽에 있는 발목마디 판은 건물 벽에 붙기에 적합하며 벽면을 자유자재로 빠르게 걸어다니는 도구가 된다. 이 모습은 고생대(古生代, 5억7천만년~2억4천만년전) 이래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동물은 우리가 그토록 혐오스러워 하며 모든 가정주부의 공공의 적인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는 메뚜기목 바큇과의 곤충(학명;Blattella germanica)이다. 전세계적으로는 4,000종, 우리나라에는 7종이 알려져 있다.
인간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이 지구상에 출현해 수억년이 지난 오늘에도 수억년 전의 모습그대로 왕성하게 변식에 번식을 거듭하며 ‘골칫덩어리’로 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바퀴벌레에게 우리 옛 조상들은 고상하게도 ‘향기나는 각시’라는 뜻으로 ‘향랑자(香浪子)’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럼에도 집안 구석구석을 제 무대삼아 활개치고 다니는 게 성가셨던지 음력 2월1일 백지에 흰 먹으로 ‘香娘閣氏 速去千里(향랑각시 속거천리)’라는 부적을 써서 기둥과 벽, 서까래에 거꾸로 붙여 바퀴퇴치의 액막이로 삼았다.
그런 영악스럽기까지 한 바퀴벌레가 20여년 전부터 생존을 위해 ‘단 것’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퀴벌레약에 들어 있는 ‘달콤한 미끼’를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집바퀴’와 같은 독일바퀴가 최근 체내 화학작용에 변화를 일으켜 몸에 난 수많은 미세한 털을 통해 포도당의 단맛 성분을 ‘쓴맛’으로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포도당이 든 젤리를 강제로 바퀴 입에 밀어넣자 이를 뱉어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이미 5년 만에 25세대까지 유전돼 내려가며 빠른 번식속도를 가지고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연구진은 놀라워했다. 수억년을 지구상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온 바퀴의 적응력이니 그들에게 인간과의 ‘군비경쟁’쯤은 별 것 아니라는 식의 진화다. 그에 비하면 인간들의 하는 짓거리들은 그 얼마나 하찮고 실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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