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여성 베이비부머 지원정책 시급

50세 이상 1인 가구 중 절반이상이 ‘사별 여성가구’
‘주거 불안정·성폭력 범죄’ 등 위험에 노출

경북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복래씨(가명·65)는 5년 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생활하고 있다. 얼마 전 밭에 일을 하러 간 사이 집에 도둑이 들어 현금이며, 폐물 모두를 가져갔다. 김 씨는 돈을 잃은 슬픔도 잠시, 자신이 집에 있었으면 해를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 또 이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한 마음뿐이다. 김씨처럼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 대부분이 주거 불안정과 범죄에 대한 공포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별하는 여성 베이비부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방범활동 강화, 건강검진 지원 등
체감형 ‘안전·건강 지원정책’ 마련돼야

남편과 사별하는 여성 베이비부머는 순식간에 경제적 현실과 싸워야 함은 물론이고,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대부분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만 해온 탓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여력이 없음은 물론, 출가한 자녀들로 인해 홀로 생활해야하는 불안정한 주거형태를 갖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 베이비부머 지원에 대한 논의는 노인대책이나 여성대책 속에서 일부 다뤄지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몸여성이 많은 농촌지역의 경우 이들을 위한 사회적 복지지원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만 50세 이상 1인 가구(191만1351가구) 가운데 여성 1인 가구(130만9458가구)가 68.5%를 차지했다. 이중 사별로 인한 경우가 99만4343가구로 절반이 넘는 52%에 달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11만2997가구)나 이혼으로 인한 경우(14만9517가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길어 사별로 인한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1년 기준 기대수명은 남성이 77.6세, 여성이 84.5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6.8년이 더 길다. 통계청은 사별로 인한 여성 1인 가구가 앞으로 매년 평균 4만6000가구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여성 베이비부머에 대한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문제는 홀로 사는 여성이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기에 긴급 상황에 처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부족하고, 의료시설 접근성이 취약한 농어촌 지역의 여성들 경우 사회적 안정망이 시급하다는 것.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홀로된 여성 베이비부머들에 대해 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실질적 노후소득 보장 정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며, 더불어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체감형 안전 장치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로 사는 여성들을 위해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골목길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개인 주택 보안장치 지원 등 안전 분야 정책과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정기 건강검진 ▲보건소 실비 의료지원 등 건강 분야 정책 등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최근 홀로 사는 여성에 대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범죄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베이비부머에 대한 지원정책이 국가차원에서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베이비부머 지원에 관한 논의는 노인대책이나 여성대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범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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