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⑥경북 청도군 운문면 봉하리 김명건 씨

▲ 그녀를 농사의 길로 이끈 부모와 함께 희망이 결실을 맺는 산비탈 매실농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김명건 씨(사진 맨 오른쪽).

얽매인 도시보다 자유로운 꿈꾸려 귀농
지역사회와 농업·농촌 발전에 일조하고파

경북 청도군 운문면 봉하리 해발 450m의 양지바른 산자락. 4륜 트럭도 덜컹이며 낑낑 올라야 하는 비탈진 이곳에 매실이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다. 매화꽃으로 유명한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 같은 농장을 꿈꾸는 처녀농부 김명건(30) 씨가 부모와 함께 젊음을 불태우는 터전이기도 하다. 자신의 농사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갖고, 모두가 잘 사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새기는 귀농 처녀농부 김명건 씨를 만나본다.

부모 권유로 중국유학 접고 귀농
그녀의 부모는 지난 2002년 경기도 수원에서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귀농해 이듬해부터 산을 개간해 매실나무를 심었다. 처음 몇 년간은 사람을 사서 농장을 관리하며 수원에서 오갔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2006년 아예 이곳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중국어를 전공한 그녀가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대학 졸업 후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죠. 부모님이 청도에 내려가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면서 제게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셨어요. 공부를 다 마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취직할 계획이었는데, 부모님이 일궈놓으신 매실밭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나만의 인생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죠.”
결심이 선 그녀는 2007년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과수석으로 입학했다. 현장실습도 일부러 자신이 지을 매실농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북 칠곡의 송광매원에서 1년간 했다.
학교에 다니며 학생4-H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4-H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3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지낼 정도로 학생과 교수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졸업식에서 농림수신식품부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졸업 후 바로 부모님이 계신 청도로 내려온 그녀는 그해 청도군4-H연합회 여부회장을 맡았고, 경북도4-H연합회 재무부장, 그리고 2011년 또다시 청도군4-H 여부회장을 역임했다.
연고도, 농사경력도 없었던 그녀가 영농초기에 그나마 농업기술센터나 농수산대의 지원을 받아 중고 포클레인과 퇴비 등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같은 이력 덕분이었다.

전남지역 농가 수차례 견학
“부모님이 평지도 아닌 165,000㎡(5만평) 비탈진 야산의 나무를 베고 뿌리를 뽑아 매실나무를 심을 밭으로 개간하셨는데 무척 고생하셨어요. 매실 주산지인 전남 광양과 순천을 10차례 이상 다녀오셨죠. 청도 특산물이 감과 대추, 복숭아인지라 동네 사람들도 ‘웬 되지도 않을 헛수고를…’하며 비아냥거렸는데, 부모님은 굴하지 않고 열심히 밭을 일구셨죠. 양지바른 매실나무 밑에는 더덕씨를 뿌리고, 반음지에는 장뇌 묘삼과 씨를 뿌렸죠. 씨를 뿌리고 나무만 심어놓으면 알아서 잘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게 오산이었죠.”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더덕씨는 모래와 섞어서 뿌렸어야 했는데, 그냥 뿌리니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매실밭은 물이 부족해 열매가 부실했다.
“재작년에 본격적으로 매실을 수확할 계획이었는데, 수확을 한 달여 앞두고 매실이 후두둑 떨어지더라고요. 병에 걸린 줄 알고 약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죠.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떨어진 열매와 가지를 잘라 전남지역 농가와 농업기술센터 등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본 결과, 생리장해였던 거예요. 물이 부족하니 과실비대기에 나무가 저 살려고 열매를 스스로 떨군 것이었죠.”
이후 관수시설을 더 보강했다. 수압이 약해 펌프도 추가로 설치했고, 전력이 딸려 한전을 통해 이 문제도 해결했다. 가지는 일일이 끈을 매달아 유인했다. 그간의 시행착오가 약이 됐는지 올해는 풍성한 수확이 기대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관광농원 만들어 힐링 제공할 터
아직 수입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를 농장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작황부진에도 불구하고 2011년 10톤쯤 생산했는데, 품질이 좋았는지 가격을 높게 받았어요. 올해는 꽃도 잘 피고 열매도 튼실해서 좋은 결과가 있겠죠. 일단은 내년까지 농사를 잘 지어 남부끄럽지 않은 농부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외부활동도 잠시 접어둔 상태고요.”
농사가 웬만큼 궤도에 올라오면 사람들이 와서 먹고 보고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관광농원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그녀.
“이제는 남들이 농업·농촌을 비하하는 말을 할 때 울컥하는 걸 보니 농사꾼이 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농사를 지어 농장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농업·농촌 발전에 일조를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농장일부터 추슬러야겠지요. 그래야 하는 일에 추진력도 얻고 자신감도 더 생길테니까요.”
얽매인 도시생활보다 푸근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꿈꾸고 이를 실현해가는 땀의 길을 선택한 김명건 씨에게 알알이 맺힌 매실나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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