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등촌동 I-park 아파트부녀회

▲ 서울 강서구 등촌동 I-park 아파트부녀회는 서산에서 구매한 농산물을 아파트주민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면 비싸도 사먹죠”

아파트부녀회서 일괄 주문받아 판매… 유통단계 줄여 비용 절감
생산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8년째 직거래판매 이어져

충남 서산에서 복합영농을 하고 있는 여성농업인 이숙하 씨(57)는 8년째 서울 강서구 등촌동 I-park 아파트부녀회와 직거래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가 직접 농산물을 차에 싣고 오면 아파트부녀회에서 아파트주민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한다. 사전에 주문을 받아 농산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는 없다. 중간 유통 상인을 거치지 않아 생산자는 제값에 농산물을 판매하고, 소비자 역시 싼 값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 김분난 부녀회장
“6월에는 감자, 9~10월엔 절임배추와 6쪽마늘 등 농산물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죠. 일반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농산물보다 훨씬 신선하고 품질도 좋아요. 가격 역시 싸죠. 양파 1망을 보통 이곳에서 2만원에 사야 된다면 1만5천원에 살 수 있습니다. 다른 농산물도 5~6천원 정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죠. 같은 물건이어도 저렴한 가격에 사면 좋은데 훨씬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많은 주민들이 직거래판매에 동참하고 있답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I-park 아파트부녀회 김분난 회장(59)은 아파트주민 대부분이 직거래판매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06년 충남 서산시 운산면과 강서구 등촌동이 자매결연을 체결하면서 시작된 직거래는 아파트부녀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숙하 씨와 공식 직거래 망을 갖게 됐다. 농산물직거래판매는 아파트부녀회에서 사전에 이 씨에게 공급할 수 있는 농산물 품목과 양을 조사해 주민들에게 공지한 후 주문을 받아 이 씨에게 전달하면, 이숙하 씨는 각 주문처로 농산물을 배송하고 있다. 생산자가 직접 판매장을 열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스스로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에서 열리는 농산물장터는 생산자가 아닌 유통 상인들이 농산물을 가져와 파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산지가격보다 비싸고 정말 국산인지 의심이 가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좋은 농산물을 우리 스스로 찾아 구매해보자는 의견이 나온 거죠. 제철 농산물을 생산자한테 직접 구매하고, 산지가격에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직거래만큼 좋은 것이 없더군요.
특히 이숙하 씨는 변함없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니 믿고 구매할 수가 있죠. 직거래는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거래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죠.” 김 회장은 농업인이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판매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도 농산물만 좋다면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농산물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농업인이 많은 이분을 남기려는 욕심을 갖고, 농산물 가격변동에 맞춰 들쑥날쑥 값을 측정한다면 직거래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이렇게 직거래를 이어가는 동안 문제점을 없었을까?
김분난 회장은 문제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고 말한다.
“강서구 등촌동 I-park 아파트는 1,653세대의 대규모 단지죠. 보통 농산물을 구매하고자 하는 주민들을 조사해보면 많게는 500세대가 넘을 때도 있어요. 농산물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입맛에 맞추기도 쉽지 않죠. 이숙하 씨처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업인이 많지 않아요. 이런 농업인에게 유통지원이나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비 지원 등도 이뤄줬으면 좋겠어요.” 김 회장은 농촌에서 열심히 농사지으며 소비자에게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인에게 아낌없는 지원과 이런 농업인이 많아 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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