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쌈채소농가 이종국 씨의 농산물 직거래 경험담

글 싣는 순서
1. 내가 직거래를 선택한 이유는?
2. 직거래 유형…로컬에서 IT까지
3. 꾸러미 사업 참여
4. 생협 등을 통한 거래방식
5. 직거래…새벽시장 방식이어야

요즘 농산물 직거래에 부쩍 관심들이 높아졌다.
‘직거래 매장’,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직거래 매장’에 주안점을 두고, 다른 주제는 달리 시간을 마련해 보겠다.

직거래장터 자리잡기까지 4~5년
전북 완주 로컬푸드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지자체들도 직거래 매장을 여기저기 세울 모양이다. 내가 농사짓는 곳에서도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를 해 보라고 권유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장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매장에 찾아올 손님들은 확보돼 있는가?
국내 최대의 직거래 장터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의 ‘바로마켓’이 자리 잡기까지 4~5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판매에 참여할 농가들을 품목별로 구분을 했는가? 지자체에서 직거래장터를 연다고 해서 교육을 받으러 가봤다. 그랬더니 품목 구분 없이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모두 받겠다는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장터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 직거래 장터 참여는 1주일에 하루 정도가 적당하다. 지자체에서 2~3일 간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은 결과적으로 장터에 장사치들이 판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직거래 장터에 참여는 농가에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주인 대신 농장을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육묘용 포트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어야 하고, 환기를 적절히 조절해 줘야 하는 등의 일을 잠시라도 등한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칫 직거래 장터에 나가서 벌 수 있는 수익보다 농장관리를 위해 들여야 하는 관리비용이 더 들어갈 위험성도 있다.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유통시스템
그런데도 지금까지 내가 농산물 직거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락동농산물시장을 비롯해 지역 도매시장을 통한 판매로는 생산비 자체를 건질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수익은 커녕 생산비를 건질 수조차 없게 짜여진 유통 시스템은 분명히 고쳐져야만 한다.
두 번째, 확실한 출하처를 찾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확실한 출하처만 확보한다면 직거래 비중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판매에 좀 더 집중할 것이다. 직거래 참여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직거래 판매에 억지로 떠밀려 참여했다고 만은 할 수 없다. 내가 농사지은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들 눈앞에서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직거래를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여 농민에게 또 다른 슬픔이고, 어깨에 짊어져야 할 또 다른 등짐이자 멍에일 뿐이다.
직거래 판매를 하다보면 경제적 이익이 좀 더 늘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이 기대만큼 그리 높지는 않다는 점 또한 감안해 둬야 한다. 직거래를 위해 움직이는 교통비와 각종 부대비용도 추가로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