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직거래가 희망이다- ‘사비팜’ 염광연 대표

버려지던 무청·배춧잎으로 금맥을 캐다
가공기술·신제품 개발로 품질 경쟁력 제고
우편발송 홍보·방문으로 고객마음 사로잡아

충남 부여군·읍 현북리에서 시래기·우거지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사비팜영농조합법인’ 염광연(36) 대표. 부모님의 단무지무 농사가 끝나고 밭에 버려지던 무청이 아까워 무작정 말려보았던 시래기가 젊은 그의 사업 아이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제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시래기 생산업체의 반열에 오른 염광연 대표. 그의 성공비결을 들어본다.

쓰레기였던 무청이 돈되는 시래기로
논산·부여지역의 케이블방송국에서 7년간 송출·전산 업무를 담당하던 염광연 씨가 귀농한 건 지난 2005년. 당시 수박·멜론·단무지무 농사를 짓는 부모님 곁으로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시래기 때문이다. 단무지무를 밭66,000㎡(2만평)에서 뽑아낸 후 무청을 잘라 그대로 밭에 방치하던 것이 아까워 판로는 생각지도 않고 일단은 말려보자 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그는 방송국에 다니며 2년여 공짜로 자신이 생산한 시래기 광고를 만들어 냈다. 광고가 효과가 있었는지, 지역의 음식점에서 그의 시래기를 찾았다. 이후 그는 전공을 살려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그렇게 2년간 제품을 생산·판매하다보니 수입이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나았다. 그리고 2007년 직장에 다니며 모은 돈 3천만 원을 들고 귀농을 단행했다. 시래기 사업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였다.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중간마진 줄여
탄탄대로를 달릴 것만 같았던 사업은 귀농 첫 해 제동이 걸렸다. 납품한 우거지에서 문제가 생긴 것. 보통 배추의 거친 겉잎으로 우거지를 만드는 데, 속잎까지 넣어 만들었더니 우거지가 물러버린 것이다. 4천만 원 어치 납품한 것이 전량 반품돼 땅에 묻어야 하는 쓴잔을 마셨다.
이후 그는 시래기·우거지 가공기술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만의 시래기 가공기술 노하우를 갖게 됐다. 강원도의 황태 제조과정처럼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시래기의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특유의 맛을 살리는 이 기술로 제품을 다른 업체의 제품과 차별화시켰다.
원료인 무청과 배추 겉잎은 강원도(9월), 충청도(10월말), 전라도(12월), 제주도(2월) 등을 돌며 직접 구입해 납품 물량을 맞추고 있다. 생산된 시래기는 4월 이전에 전량 판매하고, 우거지는 냉동창고에 보관해 주문에 따라 납품하고 있다.
판매는 별도의 매장 없이 철저히 직거래형태를 고집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전단지를 직접 우편으로 발송해 시래기를 사용하는 전국의 식당에 발송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하루에 전화가 200건 이상 올 때도 있었으니까요. 나중에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죠. 인터넷을 통한 홍보는 불특정 다수가 보기 때문에 고객확보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우편발송을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여기고 있어요.”
전화문의를 해온 음식점은 직접 방문해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음식점만 현재 400여 곳이며, 350톤 정도를 납품하는데 이것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중간상인을 통한 판매가 20%, 나머지는 전화나 인터넷 주문을 통한 판매로 이는 5% 내외다.
“지난해 매출은 8억4천만 원 정도였어요. 매년 매출은 증가하는데, 순이익은 감소하고 있어요. 인건비, 연료비 등 생산비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죠.”

▲ ‘사비팜’ 홈페이지
제품 고급화로 고가전략…“품질 자신”
염 대표는 매출감소의 위기를 신제품 개발과 포장 개선, 차별화된 품질 등 고가전략으로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요리하는 시래기 제품과 무차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 제품은 음식점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마진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품질 경쟁 등은 자신 있지만 아직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못 받아서 학교급식이나 군납 등 판로 확대에 어려움이 있어요. 문제는 시설개선을 위한 자금인데, 몇 년만 더 노력하면 해결되겠죠. 신제품은 식품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서 적극 홍보하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도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 염 대표는 일자리 창출로 지역사회와 더불어사는 농업회사로 발전할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촌교육농장에도 선정돼 시래기를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역의 젊은 농부들로 구성된 ‘굿뜨래 영파머스클럽’을 결성해 회장을 맡아 공동마케팅과 유통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협동조합으로 설립해 각자 생산한 농특산물을 공동브랜드로 판매할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전통 건강식품인 사비팜의 시래기를 소비자 선호 1등의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귀농인이나 창업농에게 성공모델로서 희망을 주는 최고의 벤치마킹 농업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광연 대표의 패기 있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염광연 대표의 직거래 3계명
☞ 타깃을 명확히 하라. 내 상품을 구입할 소비자를 분명히 파악한 후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 매일 먹는 게 아닌데도 매출이 꾸준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 친절하게 고객을 상대하라. 싸움을 할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나에게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이다. 전화응대로 최대한 상냥해야 한다.
☞ 우편으로 홍보하라. 전단지를 확인하고 전화문의를 한 고객에게 직접 방문해 판촉활동을 하는데 대부분 제품에 호감을 갖는다. 연락도 없었던 식당주인을 찾아가면 잡상인 취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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