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에 거북이가 용왕의 명을 받아 토끼 간을 구하려 세상에 나올 때 <…조팝나무에 비죽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요…> 별주부가 인간 세상에 나와 처음 이 하얀 꽃에 반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5월이 되면 산기슭이나 양지바른 논 밭둑에 하얀 조팝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조팝꽃은 마치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것 같다 하여 일명 ‘설유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팝나무는 장미과의 낙엽성 관목으로 1~2m 크기로 자란다. 어린순은 식용으로도 하고 정원수나 밀원식물로 이용된다. 조팝꽃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뿌리는 한방에서 해열, 신경통, 설사 등의 약으로 쓰인다. 우리가 자주 먹는 진통제 아스피린의 원료가 조팝나무에서 추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배고픈 시절 하얀 꽃이 조밥모양 같다고 해서 일명 조밥나무라고 불렀다. 중국고사에 따르면 효심이 지극한 ‘수선’이란 여성이 전쟁터에서 죽은 아버지의 무덤 옆에서 가져온 꽃이라 하여 효녀의 이름을 따서 ‘수선국’이라 하였다 한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낙엽성 교목으로 높이가 20m에 달한다. 이팝꽃은 입하(立夏)무렵에 핀다하여 전남지방에서는 입하목이라 부르고, 못자리를 시작할 때 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점쳤다. 하얀 이팝 꽃은 보릿고개를 넘기 힘든 시절에 서민들의 애환으로 남는 꽃이었다. 오죽 배가 고팠으면 다닥다닥 붙은 꽃송이가 쌀밥으로 생각하고 군침을 넘겼을까 생각해 본다.
이팝나무는 꽃이 좋아 가로수용으로 인기가 높다. 지금 전국에서는 이팝꽃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이팝꽃 나무아래서 조상들의 애환이 담긴 쌀밥의 소중함도 함께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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