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⑤전남 나주시 대기동 늘푸른농장 서은미 씨

▲ 서은미 씨가 남편 이준영 씨와 친정집 고추 육묘하우스에서 고추 생육 상황을 살펴보다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월급쟁이 직장 접고 남편과 농부의 길 선택
폐교 활용한 농업테마체험공원 조성이 포부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자란 터인지라 농사가 낯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틈틈이 부모의 농사를 돕다보니 반 농부가 됐죠. 막연히 나중에 농사를 지을 거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남편과 결혼 후 그 계획이 앞당겨진거죠.”
서은미(29)는 조선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남편을 만나 농사에 투신하게 된 젊은 새내기 농부다. 눈동냥과 짬을 내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던 것이 전부였던 그녀가 본격적인 농부로서 남편과 함께 그려가고 있는 꿈의 농장은 어떤 모습일까?

어릴 때부터 부모 농사일 도와
서은미 씨의 친정은 임대논을 포함해 33,000㎡(1만평)의 벼농사와 1,320㎡(400평) 고추농사를 짓는다. 시댁도 나주 특산물인 배 농사를 짓고 있다. 결혼 후 독립해 남편 이준영(28) 씨와 처음 시작한 농사는 고구마다. 결혼해 분가했지만 바쁜 농사철에는 친정과 시댁의 농사를 기꺼이 돕는 그녀다.
처음부터 농부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건국대 원예과를 졸업하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택식물원에서 월급쟁이 정원사로 일하던 남편을 만났을 때까지는.
그러던 남편은 2010년 고향인 나주로 내려왔다. 대학생활과 정원사로 일하던 10여 년 간의 객지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게다가 동기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부농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본 남편은 농사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남편과 결혼했으니 그녀도 자연스레 농부의 아내가 된 것이다.
“땅 9,900㎡(3천평)을 임대해 직접 농사를 짓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 배워야 할 게 많아요. 힘들긴 하겠지만 농사도 괜찮은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닐 때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힘들었지만, 농사를 지으면 짬짬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특히 여자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 농사를 짓게 되면 그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웃음)”

부부가 도4-H연합회 임원으로 활동
2010년 남편에 이어 나주시4-H연합회에 가입한 그녀는 올해 시연합회 여부회장과 전남도4-H연합회 여부회장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에게 4-H 활동은 농촌정착의 뿌리였던 셈이다. 남편 이준영 씨도 현재 전남도4-H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등 부부가 도4-H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준영 씨는 각기 다른 작목의 지역 4-H회원들과 의기투합해 올해 ‘네잎클로버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개인이 아닌 법인을 통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일반 회원들의 농산물 유통에도 도움을 줄 생각이다. 이 법인은 고령농민들을 위한 영농대행사업도 준비 중이다. 각자 보유한 농기계만 해도 여럿 되니 홍보만 잘 되면 괜찮은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은미 씨는 각종 교육과 행사에 성실히 참여해 선후배 회원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고, 영농4-H와 학교4-H 회원 간의 화합을 위해 제과·제빵, 비누만들기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고향사랑과 경로효친 활동에도 앞장서 2011년부터 소년소녀가장 돕기, 불우4-H회원 돕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연합회의 무연고 분묘 풀베기 봉사활동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나주시4-H연합회는 지난해부터 벼 대체작목으로 천연염색 원료인 쪽을 660㎡(200평) 재배하고 있다. 여기에서 수확한 쪽으로 염료를 추출, 학교4-H 회원과 영농4-H 회원들을 대상으로 쪽염색 체험교육도 추진하는 등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회원 간 단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첫농사 고구마…올해는 홍보에 주력
새내기 농부인 그녀는 농사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를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 특산물이자 시댁의 농사인 배를 활용할 가공기술 교육을 받았고, 올해는 강소농 육성 교육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제 농사를 시작한 만큼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있어요. 일단 올해 고구마를 수확하면 학생이나 지인들을 대상으로 시식행사를 갖고 저희들이 생산한 고구마를 홍보할 계획이에요. 입소문이 나고 나중에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 직거래도 구상하고 있죠. 올해는 무엇보다 홍보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아직 소득원이 시원치 않아 시댁과 친정의 농사를 도우며 약간의 수고비(?)를 받고 있는 부부이지만 농사에 대한 포부는 크고 아름답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농촌의 폐교를 구입해 다양한 작목의 농업테마체험공원을 만들 꿈을 갖고 있어요. 벼농사와 과수, 축산, 밭농사 등을 작은 규모로 조성하고, 가공체험장도 만들어 도시민들이 이곳에서 모든 농업을 한눈에 보고 체험하게 할 계획이죠. ‘대한민국 농업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주업인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요. 아니 그 때가 되면 작목도 더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져 있겠죠.”
실과 바늘처럼 둘이 함께 있을 때 농사와 지역사회 봉사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서은미, 이준영 씨 부부의 원대한 꿈이야말로 대한민국 농업을 지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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