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골목숲 공동체’는
이웃과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도심에 숲의 안락함을 안겨줄 것이다.
‘골목숲 공동체’는
이웃과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도심에 숲의 안락함을
안겨줄 것이다."

어느 새 거리 곳곳에서 잎이 무성해진 나무들을 볼 수 있어 한껏 싱그러운 봄을 느낄 수 있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 온 것이다.
우리는 주말이나 휴일 등 여가 시간에 여의도공원, 서울숲, 선유도공원, 북서울꿈의 숲, 길동 자연생태공원, 난지도 하늘공원처럼 잘 알려진 숲을 찾는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평일에는 숲의 푸르름을 즐길 기회가 많지 않다. 우리가 속한 도심 내에 잠깐씩 들러서 쉴 수 있는 숲이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80%에 달하지만 국민들이 일상에서 숲을 접하는 도시의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 연구팀에서 진행한 ‘서울시 녹지연결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산, 관악산, 남산 같은 대규모 숲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소규모 숲이 점차 줄어들면서 녹지 간 연결성 또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녹화 사업으로 대규모 숲은 조성됐지만 주거 공간 주변의 소규모 숲은 부족해졌음을 보인다.
현재 도시숲 면적은 전체 산림의 17%인 108만㏊이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즐기거나 기후 조절 같은 직접적 환경기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권 숲은 3.4%로 3만 600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2011년 기준 평균 7.95㎡로 국제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도 서울은 4.0㎡, 대구와 인천은 각각 5.6㎡, 6.2㎡로 권고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도심에서 숲의 청정함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선왕조실록 세종 30년(1448년) 기록을 보면 음양학훈도(陰陽學訓導, 천문, 풍수지리 등을 가르치는 교사) 전수온(全守溫)은 전국 각처의 ‘비어 있고 허한 곳’에 나무를 심어서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상소했었다(而造山種樹, 以補空缺之處).
지금의 서울과 대도시들에서 ‘비어 있고 허한 곳’을 찾는다면 주거 공간 사이사이의 골목길이 될 것이다. 즉, ‘작은 자투리땅에도 나무를 심는 ’골목숲’ 조성이 가능하다.
지금도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도시에서는 주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마을숲’, ‘우리동네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골목숲은 지친 우리의 심신에 산소 같은 활기를 전해주는 실핏줄이다. 골목숲 조성을 통해 시민들은 굳이 먼 곳에 가지 않더라도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틈틈이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두레, 품앗이, 송계(松契)·향약(鄕約) 등 ‘푸름 DNA’를 뼛속 깊이 가지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왔다. ‘골목숲 공동체’는 이웃과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도심에 숲의 안락함을 안겨줄 것이다. 이런 골목숲 조성이 보다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 활동을 북돋아 주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근무하다가 힘들고 지칠 때, 걸어서 십 분 이내인 거리에 작은 숲을 만들어 보자. 숲을 가꾸는 일은 정서 또한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작은 골목숲, 한 그루 나무가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