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 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그리운 내 고국의 남쪽 바다를 감싸고 있는 다도해. 말만 들어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다도해. 거제도에서 목포에 이르는 잔잔한 바다 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산재(散在)해 있는 아름다운 다도해. 뱃길을 가로막는 듯한 섬 사이를 빠져나가면 또 다른 섬들이 이쪽저쪽에서 나타나는 환상적인 다도해. 울창한 숲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이 정겹기만 한 다도해. 꿈속에 나타난 저 다도해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을 것이다.
안개구름이 조용하게 깔려 있는 다도해의 섬 사이를 고깃배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풍경은 한민족의 정서가 아니고서는 감상할 수 없는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다. 유채꽃이 섬 마을을 노랗게 물들이고, 산자락에는 동백꽃이 붉은 입술을 내밀며, 허공에서 들리는 종달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두고 온 고향의 봄을 되찾아 준다.
겨우내 밭에서 잠자던 시금치가 봄볕을 받고 어느덧 파랗게 자라 농촌의 일손을 바쁘게 한다. 식구들의 점심을 광주리에 담아 이고, 손에는 물주전자를 들고 밭으로 가는 아낙네, 그 뒤를 총총 걸음으로 따라가는 꼬마와 강아지의 모습은 잊혀져가는 농촌의 옛 풍경을 다시 나타낸다. 밭갈이 하는 어미소를 따라다니는 송아지도 농촌의 정취를 한층 정겹게 한다.
섬 너머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는 이별의 아쉬움을 전해주는지 내 마음을 흔들며 내 곁을 영원히 떠난 이들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섬마을을 조용히 감싸고 있는 아지랑이는 평화로운 봄 분위기를 더해주며,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대자연의 무한한 축복을 상징한다.
다도해의 봄은 저 북녘 땅에 두고 온 옛 고향을 생각나게 하며, 내 어린시절에 뛰놀던 고향의 꽃 피는 동산을 되새겨 준다. 그러기 때문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고향의 봄>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모임에서도 노래를 청해오면 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에 별 소질이 없으면서도 마이크를 잡으면 이 노래의 2절까지 불러야 직성이 풀린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이 노래가 그렇게도 마음에 들어 가사를 여기에 옮겨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부르면 부를수록 정겨운 노래다. 나는 십 수 년 전의 어느 화창한 봄날 마산에서 떠나 여수로 향하던 여객선을 타고 바라본 다도해의 풍경이 그렇게도 정겹고 아름다워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이 아름다운 추억들이 내 노후생활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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