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문화·예술이 한자리에…

▲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농부의 시장’은 농업인들에게 농산물 판매의 기회를 주고, 도시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융복합 소통 공간 ‘그린마켓’이 뜬다

 유통단계 줄여 생산자·소비자에게 이로운 ‘착한장터’
“도시농업 문화 알리고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를 접목시켜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을 열어주는 융복합 공간으로서의 ‘그린마켓’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착한 먹을거리와 착한 소비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는 착한장터 ‘그린마켓’은 새로운 도농교류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녹색장터
맛에 멋을 더하는 ‘농부로부터’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주말에 광화문 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전국의 농수산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농부의 시장’을 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년 내 서울을 도시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뜻과 함께 ‘농산물 거래를 넘어 도시농업 문화를 알리고 즐기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열었다. 서울과 인근의 도시농부가 생산하는 농산물과 각 지역의 농수산 특산물을 도시소비자에게 직접 연결하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부를 중심으로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예술가 그리고 시민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장터이다. 처음에는 매주 토요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만 시장을 운영했지만 올해에는 도심공원 3곳과 한강공원 9곳 등 총 12곳으로 행사장을 늘렸다.
서울시는 ‘농부의 시장’을 통해 지방의 농부들에게는 정기적인 판매 기회를 주고, 도시의 소비자들에게는 값싸고 싱싱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농부의 시장에는 각종 문화공연장을 곳곳에 배치해 우리 고유 장터의 멋을 살리고 시민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터에 참여하는 충북 단양의 신현팔 씨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농산물과 식품가공을 하고 있는데 농부의 시장은 저희 콘셉트와 딱 맞아요. 항상 유통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설명하고 판매할 수 있으니 좋지요.”라고 말한다. 농부의 시장을 찾은 도시소비자들도 시골장터에 온 것 같은 기분이고, 무공해 농산물을 갖고 와서 직접 판매하니까 확실히 좋은 것 같다는 평가다.
서울에서 만나는 녹색장터 ‘농부의 시장’ 뿐만 아니라 도심 속 곳곳에서 그린마켓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쌈지농부는 ‘농사가 예술’이라는 모티브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와 ‘농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철학을 담은 친환경 식품 매장인 ‘농부로부터’를 운영하고 있다. 쌈지농부는 유기농 전문생산판매업체인 흙살림으로부터 유기농산물을 공급받아 파주 해이리와 홍익대 인근에 판매장을 두고 있다.
홍대 ‘농부로부터’의 김희나 지점장은 “젊은 친구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농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기농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토종 종자의 중요성, 바른 먹을거리 식습관 등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농부로부터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게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농산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회성 아닌 지속적 사업으로
‘그린마켓’ 운영해야
이처럼 ‘그린마켓’은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을 주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린마켓’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마켓을 운영함에 있어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쌈지농부가 명동 한복판에 오픈한 농촌여성 창업제품 판매장 ‘지렁이다’ 역시 농산물 판매의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젊은 층을 상대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 있었고, 생산농가들은 소득을 올리지 못하자 판매장으로의 제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상시 운영되는 ‘그린마켓’ 대부분이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또한 ‘농부의 시장’과 같은 장터 역시 공간제공의 한계로 많은 농업인들의 참여가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장터가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참여하고자 지역에서 농산물을 싣고 서울로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농업인들은 그린마켓 본연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인이 직접 소비자와 얼굴을 맞대고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상시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린마켓’이 농산물의 판매뿐만 아니라 융복합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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