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농업연구사

▲ 김민영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농업연구사
2025년까지 물 부족으로
농작물 생산량 30%씩 감소

물이 나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를 배경으로 권력자를 매수해 물을 독점하려는 세력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악화 과정과 물 문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블루골드’.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액션들과 비현실적인 장면들로 가득 찬 이 영화들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이 같은 일이 현실화 된 사건이 있었는데,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 주에서 일어났던 ‘물 전쟁’이 그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물 사유화를 추진하기 위해 1999년 법률을 입법화했다. 수돗물, 빗물 및 농업용수에까지 요금을 매겨 물 요금 폭등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 오랜 각고의 노력 끝에 물은 다시 공영화됐지만, 내전이 남긴 폐해는 오랫동안 국민들을 괴롭혀 왔다.
급격한 인구증가, 식량 및 에너지 생산량 증가에 따른 물 수요량의 증가, 그리고 사막화 현상을 비롯한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총 물량의 약 2.5%(9만㎦)에 불과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4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아시아에서 10억 명 이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면적에 인구분포가 과다한 경우, 토지 및 수자원 등 자연 이용강도가 높아서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영토전쟁의 시대는 끝나고 자원전쟁 시대가 열렸다. 2012년 미국 국가정보장관실의 보고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의 물 부족은 심각해지고, 불안정한 지역 정세로 인해 물 소유 및 활용에 있어서 국가 간 분쟁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특히 인간이 활용하는 물의 약 70%를 이용하고 있는 농업분야의 경우 2025년까지 물 부족에 따라 매년 농작물 생산량이 30% 감소할 것이며, 이에 반해 식품수요량은 70∼90% 상승할 것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말 그대로 식량대란에 이어 인간생존을 위협하는 물 부족 시대가 올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정적인 물 수급을 위해서는 저수지 및 다목적 댐 건설을 통해 현재의 물그릇을 크게 하고, 하수재이용, 빗물활용, 해수 담수화 등과 같은 새로운 물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2009년 TV전파를 탔던 한 공익광고의 문구가 문득 생각난다. 쌀을 대신할 수 있는 밀, 화력을 대신할 수 풍력, 기름을 대신할 수 있는 전기, 하지만 물을 대신할 수 있는 건 물 밖에 없다고 했던 그 메시지. 결코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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