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문일 이천배연구회 회장 (엄일농장 대표)

“배농사, 농업 아닌 사업입니다”

친환경 미생물액비 재배로
이천배 명성 잇는다

“농사짓기 잘 했구나! 나름 대견해 하는 게 몇 년 안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무엇보다 스스로가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천배연구회 엄문일(55) 회장은 소위 꽤 배운 농업인이다. 원예학을 전공한 석사출신 농업인이다. 농업도 땅만 파서 되는 게 아니란 것을 일찍이 깨닫고 연구하고 실천하며 30년간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기에 내고향의 지역출신이 아닌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천지역에서 나름 배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이천 배의 명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천 배연구회는 올해 배연구회원 50여명 중 27농가가 까다로운 G마크 인증을 받았다.
“심사가 까다롭더군요. 토양검증, 수질검사자료 등은 물론이거니와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지까지 심사에 담더군요. 지난해에는 한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셨죠.”
이천배연구회는 G마크 심사에서 미비한 점으로 지적되었던 농가의 적극적 의지와 영농일지 정리의 미흡한 점 등을 시정해 올해 드디어 G마크 획득에 성공했다.
“아무래도 농업인들은 농사 경험과 지식은 많으나 경험을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으면 합니다.”
엄문일 회장의 G마크 심사에 대한 바람이다.

투명한 빛의 이천배 소비자 선호 높아
달빛 아래서 더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배꽃, 그러나 배농사는 다른 과수 농사에 견주어 어려운 편에 속한다. 배의 포장단위가 크고 무거워서 인건비도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저장성이 좋아 수확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무원 퇴직 후 이천으로 귀농하신 부모님의 일을 거들어주다 자신도 함께 농부가 되었다는 엄 회장은 부모님이 먼저 마련한 터전 위에 농사규모를 늘려나가는 보람도 이루었다.
“배농사 4천 평에 복숭아 농사 1천5백 평 정도입니다.”
배농사로 얻는 조수익은 연 8천 만원 정도지만 엄 회장의 경우 축산도 겸하고 있어 소득은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억대 농업인이다.
“이천지역의 배는 마사토 땅에서 자라서 당도가 높고, 투명한 색깔을 띄어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게 특징입니다. 게다가 이천배는 5~6년 전부터 평택, 안성 나주배의 명성을 위협하며 고급 품질의 배로 중매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요.”
엄 회장은 맛 좋은 배를 수확하기 위해서 미생물퇴비와 액비를 사용하며, 또한 유황합제를 살포해 병충해를 방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들려준다.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을 적절히 하는 게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배연구회 회원들은 친환경 재배법에 대한 연구와 토론, 적용사례를 공유하며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재배법 연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현재 출하는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5% 정도만 직거래를 하고 있다.
“직거래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직거래는 선별 취급을 하기에 전체 물량의 소화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많이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천지역의 브랜드인 임금님표 브랜드의 주선으로 마장면 패션지아울렛과 덕평휴게소 등에 이천배연구회의 배를 정기적으로 공급해서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농사는 죽기살기로 해도 1~2년에 승패나는 게 아닙니다. 최하 5년 이상은 길게 잡고 승부해야 합니다. ”
비록 배 가격 하락 때는 배농사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잘했구나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며 여유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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