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식품 수출증대로
글로벌화의 이점을 살리자.
여기에 우리 농업의 길이 있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 재직시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각계 저명인사들로부터 글을 받아 책을 발간하면서 제목을 ‘여기, 길이 있었네’로 정하였다. 우리 농업과 농촌의 향후 나아갈 길을 이야기할 때 필자는 이 책자를 주면서 “여기 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귀농 귀촌이 시대적 흐름을 이끌고 있다. 연 2만명 이상이 귀농하고 있고 해마다 늘어난다. 특히 본격적인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 약 713만명)가 은퇴하면 귀농귀촌이 줄을 이을 것이다. 여기에 길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맞아 떨어진다.
귀농뿐만 아니라 개방화도 세계적 추세이다. 개방화라는 세계적 대세를 거역하기 어렵다. 그러나 개방 반대만을 외치고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농식품 수출을 증대하여 개방의 파고를 넘어가야한다. 여기에도 길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 개방이 심하기 때문에 외부변수들이 내부변수들을 압도한다”고 하였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개방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대응능력도 부족하면서 무조건 개방화가 살길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개방은 하되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20년간 30억 달러에 머물던 우리 농식품 수출규모가 지난 5년간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37억 달러의 수출액이 지난해 8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제 100억 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농업을 중점 추진한 결과이다. 이제 ‘수출 농업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동경식품박람회(Foodex Japan)’에서 우리나라는 신선농산물, 김치, 인삼, 차류, 주류, 장류, 수산물 등 여러 가지 농식품을 홍보한 결과, 수출상담 실적이 1억7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의 대일 수출액은 24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한다. 수출품목도 다양하다. 김치는 기내식이나 레스토랑, 호텔 등 고급 수요처가 증가하고 있고 김치스낵, 즉석김치, 김치수프 등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어 인기가 매우 높다. 과일스낵, 귤피차, 옥수수 수염차도 반응이 매우 좋아 수출상담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쌀국수나 김스낵, 반건시 등도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다.
우리 농식품을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시키고 세계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품질향상, 디자인 및 포장개선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한류열풍을 접목시키면 농식품 수출은 날개를 달 수 있다. 식품수출을 증대시키고 현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식품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
올해 동경식품박람회의 세 가지 주요 주제는 ‘여성, 건강, 소포장’이었다. ‘건강’과 ‘소포장’ 컨셉은 고령화 사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세계적인 식품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미혼여성이 많아지고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여성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 개발과 감성마케팅이 필요하다. 최근 한일간의 불편한 외교관계가 한국산 농식품 소비나 한류열풍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교포상인이 주장한다. 외교와 경제를 별도 차원으로 대응하자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농식품 수출증대는 우리 농업부문의 당면과제이고 나아갈 길이다. 농식품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면 국내 농산물 수급불안이나 가격불안정도 상당 부문 해소할 수 있다. 농업정책, 농업금융, 농산물 유통,농업인 인식 등 농업분야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다. 머리를 맞대어 노력하면 넓고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1,230억 달러의 일본시장은 물론 1,700억 달러의 중국시장도 가까이 다가온다. 농식품 수출증대로 글로벌화의 이점을 살리자. 귀농귀촌과 수출증대로 우리 농업의 새로운 길을 찾자. 여기에 우리 농업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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