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홍 前 축협중앙회연수원장

▲ 강신홍 前 축협중앙회연수원장
어떤 것에 대한 광고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소박하고 재미있는 TV광고를 매우 인상 깊게 본적이 있다. 여러 동물들이 서로 먹이를 놓고 먹어서 되는 것은 먹고 먹어서 안 되는 것은 단호히 거절하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 곰 두 마리가 펼치는 재미있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곰 두 마리가 뒷발로 일어서서 앞발을 설레설레 내 저으면서 “우린 이런 거 안 받습니다! 우린 안 받습니다! 안 받는 다니까요!”하며 누군가가 무엇을 주려고 하는 것을 두 발을 내 저으면서 거절하는 장면이었다. 흔히 미련하다는 곰도 받아서 안 될 것은 안 받아 먹었다. 그 뿌리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지난 한 달 안팎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또 그 전의 수많은 정치·사회 지도층의 비리를 보면서 그 곰 두 마리 광고가 생각났다.
작건 크건 간에 권력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부적절한 이권 거래며 금품수수 등이 탄로되고 한결 같이 축소도 하고 부인도 하며 은폐하기 예사이고, 발각돼도 대가성이 있다 없다 하는 추태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모두 양심이 마비돼 버린 것 같다. 또 왜 전관예우는 월단위로 억억 하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근로자나 일반 서민들에게 작정하고 근로의욕을 상실케 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 주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박근혜 새정부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국민들에 널리 퍼져 있는데 제대로 된 법치사회를 이루어 만인이 법 앞에 공평하고 서민이 억울한 마음이 안 들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했다. 정말로 명실상부한 법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리콴유 총리가 다스려 제대로 된 법치주의 바탕 위에 부강하게 된 싱가포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국민이 주지하고 있는 바이지만 담배꽁초 하나라도 길가에 함부로 버리거나 하는 생활 범법에 대해서도 사회적 신분이나 빈부에 관계없이 온 국민에게 가혹할 정도의 벌을 똑같이 주었다. 국토는 작고, 인구는 적고 그중 2/3는 화교이고, 영토와 민족분쟁이 끊이지 않는 국가들을 이웃에 두고서도 오늘의 부강을 이루었다. 지도자가 온 국민에게 양심을 제대로 심어 주고 나라를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 결과이리라.
큰 틀에서 볼 때 제대로 된 법치와 양심 살리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효율적이고 손쉬운 방책 중의 하나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업·농촌 살리기 운동, 훌륭하고 양심적인 농민에 대한 존중운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도 우리 농촌에는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기반을 다지기 위해 남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양심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민 스스로의 단체로서 우리나라 농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농업협동조합, 농촌 생활의 개선과 농촌에 희망과 활력을 불러일으킨 생활개선회, 국민의 생활 개혁과 농업 지도교육에 큰 공을 세운 가나안 농군학교, 또 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기치아래 각종 농약 화학비료로 오염된 농토, 각종 산업폐기물 등으로 죽어가는 국토를 살리고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흙살리기참여연대 같은 공익적이고 숭고한 단체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 새마을운동도 다시 불을 지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촌 운동은 국민정신 개조운동의 불씨가 된 사례가 허다하다. 이러한 양심적인 농업과 농촌 살리기 운동에, 또 훌륭하고 양심적인 농민 발굴 육성과 기를 살려 주는 농민 존중 운동에 농민은 물론 일반 국민과 국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 양심적인 기운이 뻗쳐 우리 사회에도 위의 곰과 같이 “우린 이런 거 안 받는 다니까요!”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 나가는데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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