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영 올드’란 말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버니스 뉴가튼(Neugarten) 시카고대 교수가 명명했다. 연령대는 정년을 맞는 55세부터 75세까지로 ‘신중년(新中年)’이라고도 하고 그대로 직역하면 ‘젊은 늙은이’라 할 수 있다. 이 세대의 특징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세대가 아니라 은퇴 후 미뤄뒀던 여행, 취미활동 등으로 시간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파워시니어(Power Senior)’세대라는 것이 뉴가튼 교수의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36~ 1956년에 태어난 이들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전쟁이라는 격동의 세기에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다. 이들은 비빌 언덕 없이 외돌토리처럼 세상에 던져져 거친 세파(世波)와 마주하며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목줄을 걸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이 세대 만의 전유물이다. 이 세대들의 젊은날의 슬픈(?) 초상을 김기택이란 시인은 ‘사무원’이란 연작시에서 이렇게 그렸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 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는다./ 그의 몸무게는 고무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전달된다./ 몸무게는 빠르게 구르다 먼지처럼 흩어진다./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기 전에/ 잠시 땅을 밟을 시간이 있었으나/ 서너 걸음 떼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는 새처럼 날아들어 공중으로 솟구친다./ 그는 온종일 현기증도 없이 20층의 하늘에 떠 있다./ 전화와 이메일로 쉴 새 없이 지저귀느라/ 한 순간도 땅에 내려앉을 틈이 없다.’
그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장님 배’의 비곗살을 빼야 한다며 모여 앉기만 하면 공(골프) 얘기며 등산 얘기로 한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얻은 부귀공명인데 쉬 죽을 수 있을까 보냐~ 하며 다투듯 제몸 관리에 코박고 있는 세대도 바로 이들 ‘YO(영 올드)’ 들이다.
‘긴 시간 저강도로 운동을 쪼개서 하라, 근육량을 늘려라, 설탕·쌀밥 등의 흰음식을 멀리 하라, 술안주 멀리하라,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라’ 등등의 뱃살빼기 계명(戒名)은 차라리 눈물겹다.
그러나, 세계의 장수지역인 에콰도르의 빌카 밤바나 네팔 훈자마을의 장수비결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에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상쾌한 ‘3쾌(快)’-쾌면(快眠, 잘자고)·쾌식(快食, 잘먹고)·쾌변(快便, 잘싸고)이 으뜸 건강비결이란 걸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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