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②경기도 고양시 일산 청은농장 김성제씨

▲ 한우에게 사료를 먹이며 사진촬영에 응한 김성제 씨.

발효사료·조사료 자가생산으로 경영비 절감
왕성한 단체활동과 지역봉사로 후배들에 귀감

경기도 일산 하면 흔히들 신도시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산에는 아직 농업을 천직으로 삼고 땀 흘리는 농업인들이 많다.
일산서구 법곳동에서 한우를 키우는 청년농부 김성제(35) 씨. 남들이 사료값 인상으로 소 키우기 힘들다고 긍긍할 때,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완전혼합발효사료 자가생산과 조사료 생산으로 생산비를 절감하며 같은 규모의 농가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김 씨. 그의 영농일지를 들여다본다.

대학 진학 후 축산경영에 눈떠
한우를 사육하고 있지만 김성제 씨는 본래 소와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았다. “학창시절 쉬는 날이 제일 싫었어요. 주말이면 친구들은 삼삼오오 놀러다니는 데 농장에서 소똥을 치워야 하는 게 너무 지겨웠거든요. 그랬던 제가 지금 소를 키우고 있네요.(웃음)”
공업계 고등학교(화공과)를 다니며 사고(?)도 치고,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던 그는 또래 애들처럼 대학생활을 동경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어려서부터 친숙했던 축산과 관련된 천안연암대학 진학이었다.
“대학 진학 전에 주위의 그저그런 농장만 봐오다가 대학에서 선진농가들을 견학하면서 축산에 대한 꿈을 새롭게 키우게 됐어요. 나도 열심히만 하면 남부럽지 않을 농장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았죠.”
졸업하던 해 그는 바로 부친의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 해 고양시4-H연합회에도 가입했다.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는 후계농업인에도 선정됐다. 2004년부터는 고양청년회의소에 가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고, 고양시4-H연합회장(2005~2006년), 경기도4-H연합회장(2008년) 등 한우사육과 함께 왕성한 단체활동을 통해 남들에게 인정받는 청년농부로 자리 잡아 갔다. 한농연 고양시연합회 축산분과장도 지냈고, 2011년부터는 한농연 고양시연합회 송포지구 총무를 맡아 궂은일도 척척 해내고 있다.

농산부산물 얻어다 발효사료로…
2009년 부친에게서 한우사육에 대한 전권을 받아 농장관리를 해오고 있는 김성제 씨는 한우를 키우면서 생산비 절감부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비지, 쌀겨, 깻묵, 빵가루, 배추, 콩나물, 버섯배지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부산물을 이용해 완전혼합발효사료를 직접 생산, 사료비를 40% 정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인근의 휴경지 16,500㎡(5천평)를 임차해 옥수수, 수단그라스, 호밀 등을 재배하는 등 조사료 생산기반도 구축했다. 우사에는 왕겨를 깔아 축산분뇨를 처리한다.
특히 김 씨는 한우파동에 대비해 2009년부터 암소를 비육해 밑소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소득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타농가보다 소득이 15~20% 정도 높다.
그런 그에게 고비도 있었다. 2010년 전국의 축산농가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구제역이 그것이다. 비록 그의 소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은 아니었지만, 인근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지면서 확산방지 차원에서 살처분했던 것.
“2010년 12월27일이었죠. 애써 키운 소 132마리를 땅에 묻는데, 참담하더라고요.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이듬해 다시 소 80마리를 입식해 새로 시작했죠. 가축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거죠.”

고객이 관리하는 분양목장 계획
김 씨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후쯤 젖소 사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가격 진폭이 큰 한우보다는 우유 생산으로 고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게 경영에 안정적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는 경기도 여주에 농장 후보지를 다녀와 머릿속에 농장 운영계획을 그리고 있다.
그는 일반 낙농가와는 차별화된 목장운영을 계획하고 있는데, 수송아지를 일정 비용을 받고 도시민들에게 분양하는 것이다. 수송아지를 한 마리씩 별도의 우방(牛房)을 만들어 분양한 후, 소를 분양받은 도시민들이 직접 목장에 와서 사료도 주고, 똥도 치우며 자신들의 소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 이를 통해 도시민들이 젖소 사육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농업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성제 씨의 주변에는 그를 하늘(?) 같이 떠받들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그의 활동상을 보고 지역농가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4-H회에 가입시켜 후계농업인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4-H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광 씨도 그러한 경우다.
“형님(김성제 씨)은 정말 대단한 분이죠. 후배들에게 롤모델 같은 분이고요. 4-H 공동과제포에 뿌릴 거름도 형님이 제공해주는 걸요.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면 한걸음에 달려올 정도로 끔찍이 챙겨줍니다.”
취재를 마치며 농업사랑, 후배사랑으로 우리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김성제 씨의 영농일지가 항상 ‘맑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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