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하이테크 농업으로
식량위기 극복해야

세계 곡물의 평균수량 증가율은 약 20년 동안 감소됐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농업부문 연구개발 자금 축소다. 관개용수를 지하에서 퍼 올리는 경우, 지하수가 점차 줄어들어 더 깊은 곳에서 지하수를 끌어오게 되므로, 관개에 필요한 에너지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여러 국가들의 재배면적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고, 또한 생산성이 낮은 농지에서 재배면적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국내 자급기반의 확충과 해외곡물 조달시스템 및 해외식량기지 건설 등이 시급한 과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한 기술농업으로 국내자급률을 높이는 일이다.
이웃 일본은 실패한 농업을 회생시키고자 강력한 농산물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최근 일본은 쌀을 대만, 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다시 수출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키는 농업’에서 ‘공격적 농업’으로 전환하면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농업개혁담당 장관’을 신설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일본농업의 회생을 궁극적으로 농업기술의 향상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은 생산비에서 잃어버린 경쟁력을 첨단 농업기술과 유통전략에서 되찾고자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머지않아 값비싸던 일본 농산물이 한국시장에 넘쳐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농업의 경쟁력은 단순하게 부존자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농업의 경쟁력은 부존자원과 더불어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정책과 농업기술에서 비롯된다. 농업분야에 투자를 저해하는 정책기조가 펼쳐지면 농업은 그 날로부터 경쟁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농업기술을 소홀히 하고 농업인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정책은 위험하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 풍부한 부존자원을 갖고도 늘 농업이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그러나 이들도 농업부문의 장기적 투자를 자극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농업이 부흥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향상이 시급한 과제인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더 떨어진 현실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식량안보의 위기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과 재배기술, 쌀을 중심으로 한 식량작물 작부체계 개발, 동계작물의 숙기단축과 생산성 제고기술, 농업기반 시설 등 하이테크 기술농업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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