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캥거루(Kangaroo)란 동물은 암컷의 아랫배 앞쪽에 육아낭이라는 아기주머니가 있어 이곳에서 새끼를 기른다. 어미의 불완전한 태반 탓에 눈·귀가 완성되지 못한 채로 태어나는 새끼는 앞발 만을 이용해 육아낭 속으로 기어올라간 뒤 그 주머니 안에 있는 네개의 젖꼭지에 달라붙어서 젖을 먹으며 자란다. 처음엔 2.5cm 크기에 약 1g의 몸무게로 태어나는데, 보통 육아낭 속에서 6~12개월 정도 자란 뒤에 독립한다.
이와같이 아랫배에 육아낭을 가지고 있는 유대류(有袋類) 동물이 캥거루 말고도 코알라, 쿠스쿠스, 주머니여우, 주머니하늘다람쥐 등 약 272종 오스트레일리아와 그 인근 섬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캥거루의 평균수명이 12~18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을 어미의 육아낭 속에서 지내는 셈이다.
요즘 경제상황이 나쁜 일부 동·남유럽 국가에서는 캥거루 새끼처럼 부모에 기대어 함께 생활하는 25~34세의 ‘캥거루족’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슈피겔>이 분석한 유럽 각 나라의 ‘캥거루족’ 비율을 살펴보면,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 그리스가 50%를 넘고,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40%대에 이른다. 반면에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북유럽국가들의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는 자녀 독립에 관한 문화적 차이 뿐만이 아니라 최근의 유럽 경제불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캥거루족’ 비율과 출산율이 반비례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캥거루족’들은 육아비용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데다가, 부모집에 얹혀살면서 아이까지 많이 낳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캥거루족’ 비율을 조사한 바는 없지만 우리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실업과 만혼(晩婚)경향이 두드러져 있는 사회풍조가 이를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게다가 질긴 가족·혈연의식이 그 어느 민족보다도 강한 민족이 아니던가. ‘우리’라는 포근한 이불을 함께 덮었던 ‘내 금쪽같은 새끼인데… 우리가 남이가?’ 의식의 소산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젊은이들이여, 다시금 마음밭을 갈아볼 일이다. 요즘은 은퇴 후에도 거의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육체적·정신적 체온권(體溫圈)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 창업자 스티븐 첸이 금과옥조같은 말을 던졌다.- “도전을 멈추지 마라. 두려워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구든지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싸이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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