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하 이천 GAP Smart Peach Farmer 공선회 대표

“푸른 보리물결 속에서 달콤한 복숭아 익어가요”

직판장 개설로 지역민에게 품질 좋은 복숭아 우선 공급

기분 좋은 봄 햇빛이 겨울을 밀어냈지만 아직 바람의 심술이 만만치 않은 3월의 끝자락, 이천시 대월면 단월리 복숭아 과수원서 만난 윤석하(57) GAP Smart Peach Farmer 공선회 대표는 복사꽃눈을 훑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품질좋은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이다. 복사꽃 망울이 올라오는 과수원의 정경을 멀리서 바라보니 아지랑이처럼 분홍안개가 피어올랐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아직은 그냥 보일듯말듯 작은 꽃눈이 달린 복숭아 나무들이 서있었다.
한달쯤 후면 새색시 연곤지 마냥 부끄러운 복사꽃장관이 펼쳐지고 그리고 또 몇 달 후인 올 여름, 한입 물면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달달한 복숭아를 맛볼 수 있는 시작점이라 윤석하 씨의 손놀림이 무척 바쁘다.
윤석하 씨는 군대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일찍이 부모의 사과 과수원을 함께 거들기가 20년, 사과 농사로 소득이 마땅치 않자 도자기와 쌀과 복숭아로 이름난 이천의 주작목인 복숭아로 15년 전에 품목을 변경했다.
“4월 중순경이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조금 일찍 오셨네요. 복사꽃 아래 보리를 파종해 놓았는데 분홍 복사꽃과 어울려 말 그대로 무릉도원입니다.”
복사꽃 아래 보리 파종은 모양만 좋은 게 아니라 4월과 5월의 봄가뭄 때 수분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다 자란 보리를 기계로 뉘여주면 퇴비가 되어 복숭아에 영양을 공급하게 되는 효과가 있단다. 이렇듯 이천의 황금빛 황토 흙에 초경재배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윤 대표의 맛좋은 복숭아 생산의 비결이다.
두 내외가 850그루의 과수원을 운영하며 얻는 연수익은 1억대가 넘으니 어느덧 객지에서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눈을 돌리는 친구들은 고향을 지켜온 윤 대표를 부러워하는 지경이 되었다.
“적과와 봉지 씌우기를 제외하고는 둘이서 꾸준히 작업하니까 인건비가 많이 절약됩니다.”꽃망을 떼어내는 작업만도 두내외가 쉼없이 일해서 인건비만 500만원을 절약한 셈이란다. 또한 복숭아 수확기를 길게 하기 위해 생산 시기가 다른 복숭아 품종 7가지를 골고루 심었다. 수확은 7월 20일부터 10월 까지 3달 동안 길게 수확할 수 있게 조절했다.
남들은 재수와 삼수를 할 정도로 받기 힘들다고 알려진 G마크를 올 봄에 단번에 받아 더 없이 즐거워하는 윤석하 대표는 나름 GAP인증을 먼저 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한결 수월했단다. 미리미리 준비했기에 까다로운 G마크획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이천의 복숭아 과수원 농가 37명이 함께 뭉친 공선회 조직이 있어 윤 대표는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더 힘을 낼 수가 있었다. 한 달에 한번씩은 회의와 교육으로 맛좋고 품질 좋은 복숭아 생산을 위해 힘을 모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공선회 조직이 있기에 2011년부터 직판매장도 이천에 개설해 7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만2천 상자를 팔았다.
“맛좋은 복숭아를 우리 이천 시민부터 많이 맛보면 좋겠어요.”
윤 대표의 소박한 고향 사랑의 모습이다. 맛좋은 지역특산물을 지역사람들에게 먼저 소비가 되게 하는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것은 유통단계를 줄이고 지역민에게 우리농산물을 맛보인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게 한다.
지난해에는 공선회에서 괌에 복숭아 수출을 해서 괌에도 이천 복숭아를 알렸다.
“이제 경기도의 자랑인 G마크를 받았으니 직판장을 늘리고 지역민과 이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우선 혜택이 돌아가게 유통단계를 줄이는 노력을 더 해야죠.”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까지 하며 소득을 올리는 시스템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도 세워 놓았다.
“과수원을 직장으로 여기며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쉬는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게 목표였죠.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잘 지키지도 못했지만 열정이 있으면 농업도 빛이 보이고 흙은 사람을 속이지 않더군요.”
개방화의 거센 물결도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맞선다면 그다지 걱정없다고 말하는 윤 대표의 모습이 참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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