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경남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 김민정 씨

▲ 직접 재배한 애호박을 들고 환히 웃는 김민정 씨.
“타농산물 연계한 직거래 구상하고 있죠”

고3 때 진로고민 하다가 농사로 ‘승부수’
부모님 도와 애호박 농사짓는 효녀농부
4-H과제포 수확물, 노인요양시설에 기증

“농사도 매력있는 직업이죠”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에서 부모의 애호박 농사를 돕고 있는 영농경력 3년차의 김민정(25) 씨. 부모로부터 후계수업(?)을 받는 김 씨는 요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20대 농부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남들처럼 일반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택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3 때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이 ‘농사’였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학생4-H 활동을 통해 농촌을 지키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틈틈이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농업도 직업으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죠.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어요.”
3년간의 정규과정을 마치고 1년 더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한 그녀는 본격적으로 부모의 애호박 농사에 합류했다.
“굳이 권유를 하지 않았는데 농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딸애가 신중히 생각해서 선택한 일이라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죠.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했죠.”
김 씨의 부친인 김덕수(52) 씨의 말이다.

▲ 젊은 농부 김민정 씨가 부친 김덕수, 모친 김성춘 씨와 함께 애호박 시설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착실한 후계수업
현재 애호박시설은 5,610㎡(1,700평) 정도. 9월초 파종해 육묘를 하고 10월초 정식을 한다. 이후 순 치기, 수정, 가지 유인, 인큐 봉지 씌우기, 수확 등 재배과정 내내 쉴 틈이 없다.
수확을 마치고 땅도 쉬면서 지력을 회복하는 시기인 7~9월이 농한기이자 다음 영농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다행히 여름휴가철과 맞물려 남들과 똑같이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라고 김 씨는 말한다.
부모의 일을 돕지만 어엿한 직원인 김 씨는 매월 12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부모님과 함께 사니 생활비가 따로 들지 않아서 받는 돈의 80% 정도는 저축을 한다고 한다.
김 씨의 포장은 땅심이 좋다. 잘 썩은 낙엽에 현미 등겨, 흑설탕, 깻묵, 각종 한약재, 쑥 등을 섞어 발효시킨 미생물 퇴비를 뿌리고 땅을 갈아 살아있는 땅을 만든다. 수확을 마친 후에는 담수시켜 포장을 소독하니 연작피해도 거의 없다.
좋은 땅에서 잘 자란 애호박은 부산의 공판장에 출하한다. 하지만 작황이나 출하량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해 소득도 매해 일정치 않다. 올해만 해도 가격이 지난해의 70% 수준이라고. 그래서 가격이 폭락할 때는 시설 일부를 놀리기도 한다.
이 같은 유통 상 어려움 때문에 김 씨의 부친은 그녀에게 판매와 유통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한다.

‘꾸러미사업’으로 판로 개척할 터
2011년 경남도4-H연합회 여부회장과 지난해 한국4-H중앙연합회 여부회장을 지낸 김민정 씨는 학교 졸업 후 농사에 바로 투신해 접해보지 못한 사회생활을 4-H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업이 힘들고 농촌이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많지는 않더라도 지역의 젊은 4-H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서로 정보를 나누는 것이 큰 힘이 돼요. 누가 어떻게 농사를 지어서 어떻게 판매하는지 등등. 회원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고요.(웃음) 그래서 농촌생활이 그리 외롭거나 따분하지만은 않아요.”
4-H 통해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김 씨는 회원들과 공동 과제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봄에는 감자, 가을에는 배추를 심어 여기에서 나온 농산물을 지역의 노인요양시설에 기증하고 있다.
“앞으로는 영농규모 확대보다 유통개선에 더 노력할 계획이에요. 수확 후 운송, 공판장 경매, 중간상인, 소매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중간마진이 많이 붙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 말합니다. 실제 농가가 큰돈을 벌지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직거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게다가 애호박은 소비자가 다량으로 구입하는 농산물이 아니어서 직거래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깻잎, 고추, 쌈채소 등 지역의 다른 농산물과 연계한 직거래를 구상하고 있죠. 이런 걸 ‘꾸러미사업’이라고 하나요.”
밝은 미소와 당찬 각오만큼 그녀의 꿈과 미래도 밝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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