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단장

▲ 강경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단장
"농업인들이 좋은 종자로
고품질·안전농산물 생산하면
글로벌경쟁서
이겨낼 수 있어"

산과 들에 봄을 알리는 새순과 꽃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이제 종자를 파종해야 하는 봄이다. 풍성한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 요즘 재단으로 종자를 구하는 농업인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 종자를 보내드리면 마음이 가벼운데 그렇지 못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지난 연말 한 농촌여성으로부터 찰벼 종자를 소량이나마 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지만, 주지 못했다. 하필 생산한 종자의 양이 워낙 적었고 이미 판매가 끝난 품종이었다.
농촌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성이 농사일의 절반 이상을 맡아 왔고, 작물이나 품종의 선택 결정에도 농촌여성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익히 아는 사람으로서 지금도 마음 아프다.
선진국들은 우수한 종자를 식량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부를 만큼 유전자원의 확보와 품종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찍이 통일벼 종자를 개발해 우리 민족의 굶주림을 해결한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고 있다.
밥맛도 좋고 수량도 통일벼 못지않으면서 지역특성에 맞게 재배할 수 있는 하이아미, 나로미, 진수미 등을 개발했고, 농촌진흥청에서 꾸준히 가공용과 기능성 벼, 고구마, 잡곡, 채소, 과수, 화훼의 우수한 품종들을 개발하고 있어 우리 농업에 희망을 준다.
농업인들은 벼, 보리, 콩 종자의 대부분을 국립종자원에서, 원예작물의 종자와 종묘는 종자회사나 묘목업체에서 구입해 사용한다. 그런데 두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종자 종묘가 있다. 떡이나 술 빚는 데 적합한 가공용 벼, 찰벼나 흑미 등의 기능성 벼, 고구마·조·수수·메밀·기장 등의 잡곡, 콩·팥·참깨·들깨·땅콩, 가축사료에 좋은 옥수수와 청보리 등의 우수 품종 종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종자들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생산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농촌진흥청이 4년 전에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새로 개발된 기술을 보다 빨리 농업현장에 실용화하는 일을 한다. 시군농업기술센터가 맡아서 하기에는 여력이 못 미치는 특허기술의 실용화, 종자 종묘의 증식, 비료 농약 농기계의 품질검사, 농업기술의 해외수출 같은 일이다.
재단은 상품성도 좋고 수량도 많은 우수 신품종 고구마를 농업인이 생산할 수 있도록 조직배양과 바이러스 검정을 통해 무병묘를 생산해 주산지의 농업기술센터, 농협, 농가에 공급한다. 우리나라 고구마 밭을 조사해 보면 여러 품종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가을에 수확해보면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수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이 공급한 무병묘로 생산한 씨고구마로 이듬해 종순을 생산하면 3년은 계속 씨고구마로 사용해도 품종 고유의 품질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수출용 무균포장밥, 떡, 술에 사용하는 가공용 벼 종자공급도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 올해 1만5천㏊에 재배할 수 있는 종자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료용 옥수수 품종 ‘광평옥’은 80톤을 생산·공급한다. 내년에는 사료용 청보리 품종 ‘유호’의 공급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잡곡을 비롯해 참깨, 들깨, 콩, 팥, 땅콩 종자 공급도 3년 안에 농업인이 필요한 만큼 공급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FTA를 걱정하는 농업인들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는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가격만큼이나 중시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이 품질 좋고 더 안전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농업인들이 품질 좋은 종자로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생산·공급하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내고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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