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여성농업인이 희망을 찾지 못하면
우리 농촌에 미래가 없다"

지난달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임하는 장정옥 전 회장이 앞으로 농촌현장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나 잘 해나가야 한다는 이임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참석한 많은 사람들도 같이 울먹였다. 며칠후 이미자 생활개선중앙회장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신도 그날 많이 울었다면서 농촌여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여성농업인 전문화를 위한 지원도 당부하였다. 여성농업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공기업이 해줄 수 있는 한계가 있어 그저 답답한 마음뿐이다.
남성들도 농촌에서 지도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땅의 농업과 농촌이 힘들기 때문이다. 여성지도자들의 어려움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집에서는 며느리요 아내요 어머니로서, 들에서는 일꾼으로, 지역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해야하는 여성지도자는 정말 바쁘고 힘들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고달프다. 이러한 고생과 아픔이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우리나라 농가인구 중 여성 비율은 53%로서 남성 비율을 능가한다. 일하는 시간도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우리나라 여성농업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11시간으로 선진국에 비해 3~4시간이나 많다. 벼농사는 하루에 부인이 남편보다 52분 정도 더 일한다. 밥하고 빨래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일한다.
그러나 여성농업인의 경제적 지위는 여전히 남성에 비해 낮고 처우도 열악하다. 농촌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5%에 그친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도시 여성들에 비해 복지서비스도 제한되어 있다.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도 문제이다. 여성인력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는 보조자 정도로 생각한다.
낮은 임금, 인식부족, 열악한 복지여건 등이 여성들의 농촌 유입을 기피하게 만들고 농촌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정부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 중이나 아직까지 미흡하다. 여성농업인을 농어촌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을 제정하고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 농어업경영역량 강화, 지역개발 리더 및 후계인력 육성, 여성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최근 농업의 영역이 관광, 체험교육, 가공산업 등으로 확대되면서 여성농업인의 역할도 매우 증대된다. 조속히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 개발과 지원을 확대하자. 여성농업인 특성에 맞는 사업개발, 육아지원, 교육, 의료,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여성농업인이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여성농업인이 희망을 찾지 못하면 우리 농촌에 미래가 없다. 우리 농촌과 농업의 핵심인력이 여성이다.
필자는 3년 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 회의에 참석한 필리핀 농업부의 푸얏 차관을 기억한다. 매끄러운 회의 진행, 설득력 있는 설명, 성의 있는 안내로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던 푸얏 차관이다. 회의 일주일 전에 남편을 잃었으나, 개인적인 슬픔을 뒤로 한 채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푸얏 차관도 회의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농업강국이었던 필리핀의 차관이 이제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하였다. 세계 최대의 쌀생산국이었으나 농업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연간 2백만톤의 쌀을 수입하게 된 필리핀의 현실이 서글펐을 것이다.
여성 농업지도자들의 눈물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여성 농업인 눈물의 의미와 무게를 깊이 새기면서 다시는 여성 농업지도자들의 눈물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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