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하고 말벗도 생기니 좋지요”

건강한 노인이 몸 불편한 노인 돌보는 ‘노노케어’ 각광

“건강한 노인은 일자리를 얻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말벗하며 도와줄 보호자가 생기니 좋죠.” 김연임(72·여·가명)씨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임순자(78·여·가명)씨 집으로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 이들은 서정노인복지센터가 주관하는 ‘노-노(老老) 케어’ 사업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노노케어는 건강한 노인이 몸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지원 사업이다.
손자와 함께 생활하는 임씨는 최근 대장 수술과 대상포진, 허리통증과 관절염까지 겹쳐 제대로 거동을 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날이 많다보니 우울증까지 겹쳤다.
이런 임씨에게 가사 일을 도와주러 찾아오는 비슷한 또래의 김 씨는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자 유일한 친구다.

“팔에 힘이 없어 아무리 문질러도 먼지 가득한 방바닥을 김 씨가 한 번 와서 닦아주면 며칠 동안 깨끗해요. 허리가 아파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데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면 한결 괜찮아지지요.” 임씨는 김씨가 가사 일을 도와줘 너무나 좋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말 붙일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 말한다. 찾아오는 이가 없어 하루 종일 입 한번 떼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이면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하루 3시간 일하면 되지만 둘은 젊은 날 살아온 이야기며, 자식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김 씨 역시 말벗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얻은 게 복이라 말한다. 혼자서 생활하는 김 씨는 자녀들의 생활형편이 좋지 않아 용돈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도와줘야 할 처지다. 나이가 많아 식당이나 힘든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김씨는 “한 달에 20만원을 받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이 있고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부터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노노케어’ 사업의 돌보미로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3만 명. 한 쪽엔 새로운 가족을, 다른 한 쪽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이런 형태의 ‘홀몸노인 돌보미 사업’을 도입하는 지자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 사업은 건강한 어르신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지역사회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특히 비슷한 또래가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봉사하는 경우보다 공감대 형성이 쉽고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3시간씩 일해 한 달 수입이 20만원에 불과하지만 70세가 넘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노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해 만족감이 크다.

홀몸노인 118만명
현실적 복지지원 마련돼야

통계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노인 자살자는 4,400여 명. 노인 실종자도 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치매 등으로 11명이 실종되고 있는 셈.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은 2001년 58만9415가구에서 2012년 118만6831가구로 늘어났다. 정부는 현재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혼자 사는 노인 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부 개입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물질적 지원과 함께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관 주도의 정책은 정서적 지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고령화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노인이 행복한 나라, 그래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복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장 먼저 경로당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로당을 거점으로 건강한 노인이 돌봄이 필요한 이웃노인을 지원하는 이른바 ‘경로당 노-노(老-老) 케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노인복지센터 김성주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일하다 보면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서로 공감대 형성이 되다보니 만족도가 높다.”며, “고령화 시대, ‘노노케어’가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국 농촌(읍·면) 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은 36만6809명(통계청·2005 인구주택총조사)에 달해 ‘노노(老老) 케어’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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