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순 제주특별자도농업기술원장

▲ 이상순 제주특별자도농업기술원장
며칠 전 독농가 한분을 만났다. 그분은 “최근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농과대학을 나온 아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상 소득보다 미래가 걱정된다는 이유다. 가끔 사무실에 찾아와 농업을 상담하는 젊은이도 있다. 감귤과 밭농사를 하는 꽤 부지런한 부부다. 이 젊은이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하면 그저 웃기만 한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제주에는 젊은 농업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귀농인도 늘어난다.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에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젊은 농업인은 물론 귀농인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진정한 농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농업을 책임진 사람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해가 바뀔 때마다 더 좋은 농업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워본다.

종자육종과 새기술 개발
우선, 종자산업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 종자 값으로 지불되는 로열티가 만만치 않다. 당근, 양파, 브로콜리 등은 수입종자를 쓰다 보니 태풍 등이 휩쓸고 간 후면 파종 시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자산업을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종자개발에 노력해 왔다. 씨감자에 이어 제주맥주 전용 ‘백호보리’ 종자가 확보됐다. 전국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콩나물 콩을 비롯해 백합 종자는 자급화 과정에 있다. 백합은 연 100억 원을 버는 수출작목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경쟁력 있는 작목으로 또 한 번 제주농업 성공신화의 획을 긋게 된다.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받은 ‘싱싱볼’ 양파종자는 NH농협종묘로부터 이미 로열티를 받고 있다.
제주형 씨드벨리 조성사업에 약용작물도 육성하고 있다. 정부의 골든씨드프로젝트에는 감귤, 양파, 감자 등을 포함시키고, 아열대 작물은 물론 키위 종묘 개발과 상품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농업인들이 FTA를 염려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시장은 가격보다는 품질과 안전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시장개방은 제주농업의 기회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생산한 IT제품들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농산물 차례다. 청정 제주농산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다. 농업기술원은 제주농업을 세계적인 명품농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JEJU’브랜드를 달고 세계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위해.

다원적기능 활용해 소득원 발굴
농촌은 경제·자연·사회·문화적으로 수많은 편익을 제공한다. 식량생산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힐링 등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자연유산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한 보물섬이다. 그래서 정신적 안정감과 낭만적인 농촌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에 우리는 ‘활동형 프로그램’과 ‘공간프로그램’까지 개발해 또 다른 소득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는 늘 미래를 꿈꾼다. “농업·농촌에 미래가 있을까?”라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확신한다. 자연에 씨를 뿌리고, 전통을 지키며 삶의 지혜를 존중하는 농업인이 있는 한, 농업의 미래는 무궁하다는 것을.
찾아온 독농가의 아들이, 중산간 마을의 젊은 부부가, 그리고 귀농한 농업인들이 모두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품격있는 농업농촌이 되기를 꿈꾼다. 올 한해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앞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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