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온라인 유통,
즉 사이버거래를
증가시키는 것은
고질적인 유통비용을 줄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유통개선 의지가 확고하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격차이가 심각하다며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로잡을 시스템을 갖추라고 주문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참여해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단계 고비용 구조이다. 복잡한 유통과정이나 높은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역대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아직까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유통비용 절감이 불가능한 것일까. 농산물 유통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은 주로 도매시장이나 공판장, 유통센터 건설 등 시설현대화 위주의 하드웨어에 집중되었다.
유통비용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영세 소농중심의 생산 구조와 다품목 생산체제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또 도매시장 거래제도 등 운영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 포장비, 수송비 등 물류비와 인건비도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의 42% 정도를 차지할 정도이다. 생활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농산물 가격안정과 유통개선은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높은 유통비용을 줄이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산지부터 도매시장, 중간상인, 소매점 등을 거치는 오프라인 시장은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 현행제도와 시장거래의 실물유통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거래가 제시된다. 오프라인 상의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 즉 사이버거래를 증가시키는 것은 고질적인 유통비용을 줄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사이버거래 실적이 개장 3년여만에 1조원을 돌파하였다. 2009년 개장한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는 시행초기의 부정적 전망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인 2010년부터 본격적인 거래가 이루어졌다. 2011년에는 학교급식사업의 확대로 거래액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을 대폭 확대하고, 배추·무 계약재배, 사전 예약거래, 양곡 사이버거래 시장 조성, 대형쇼핑몰과의 공동판로 확대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한 결과 목표액인 1조원을 조기 달성하였다. 1조원의 거래액은 작은 성과가 아니다. 농림수산업 총 생산액의 약 2%에 이르고, 농수산물 전자상거래 실적으로는 국내 최초이다.
농수산물 사이버거래 증가는 다양한 효과를 가져온다. 농산물 유통 비용절감, 수수료 인하, 구매 및 행정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생산농민의 소득증대와 소비자 가격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생산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 시장에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손쉽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수요공급의 다양화에도 기여한다. 특히 대규모 농수산물시장 건설에 따른 예산이나 부지확보, 교통체증, 민원 등 도시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해줄 수 있다.
농수산물 온라인거래는 실물을 보지 않고 거래되기 때문에 갖추어야 할 요건도 많다. 품질과 신선도, 품질 표준화 및 규격화가 전제되어야 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부패·변질 방지기술도 확보돼야 한다. 특히 판매자와 구매자간 상호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질적인 부조리를 개선하여 유통을 혁신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농수산물 사이버거래를 적극 활용하여 유통비용을 줄이면서 농수산물의 ‘신(新)유통 시대’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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