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새롭게 펼쳐지는
정부에서는
여성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길 기대한다"

오는 25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이제껏 남성적 가치에 의해 여성을 바라보았다. 여성을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남성에 의한 남성들의 시선에서 바라보았다. 새롭게 펼쳐지는 정부에서는 여성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길 기대한다. 부드러움, 따뜻함, 유연함, 돌봄, 배려, 친밀감, 사랑으로 대변되는 여성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지구촌의 많은 여성들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남성영역인 정계에서 여성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은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한 경우다. 만성적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나타난 대처 총리, 필리핀의 장기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등장한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과도한 통일 비용으로 침체에 빠진 독일경제를 부흥시키고 동·서독 주민간의 깊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녀는 동독출신이다. 우리로 따지면 월북가족인 셈이다. 그런 이중 약점을 극복하고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었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강함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여성적 가치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폄하되면서 중요시 되어 오지 않았다. 여성적 가치란 여성들에게 부과된 가치를 일컫는다. 이제 여성을 단지 ‘가사와 육아’, ‘모성과 아내’라는 한정된 역할로 제한시켜보면 안 된다. 전문성을 가진 ‘생활관리사’로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FTA, WTO 등 개방화시대, 우리 농업·농촌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 생활개선회를 비롯하여 각종 농업여성단체장들이 새롭게 선출되고 있다. 이들은 여성 개인과 공동체의 자율성, 자기통제, 신뢰를 통해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현실로 바꿔가야 한다. 이 때, 평등, 상호보살핌, 형평성과 공정성 등 사고의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여성에게 부여된 여성적 가치는 늘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여성 자신들도 이제껏 사회적 관념과 통념이라 여기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단체장들은 여성적 가치가 발현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즉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단체에 여성적 가치라는 새로운 문화적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회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고 회원 간의 차이, 이질성, 개성 등을 존중하고 관계망을 촘촘히 엮어가면서 과제를 진척시켜 가야 한다. 새 정부에서 여성 지도자의 사명과 역할이 커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떨어져 있다. 여성들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못지않게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편견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농촌사회가 여성지도자들의 창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유연하게 살아 있는 조직체가 되도록 늘 변화해야 한다. 창의성은 현재의 일과 생활에서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 낭비를 줄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가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계사년이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어떤 기조로 정책을 끌고 갈지도 주목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경제다. 농촌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여성지도자의 의식이 창조적이어야 한다. 여성은 비교적 남성보다 세밀한 부문에 오랫동안 매달려 일하며, 그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더 나은 직관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책임의식도 강하다. 여성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되는 정책을 펼쳐가야 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융합의 시대에 여성의 역할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삼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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